독한 집념으로 만든 '순둥이 물티슈'…고객 접점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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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집념으로 만든 '순둥이 물티슈'…고객 접점 늘린다
  • 정택근 기자
  • 승인 2015.08.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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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정택근 기자]     "아이에게 물티슈를 쓸 때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들이 있어요. 아무거나 넣어 만들지 않기 때문에 엄마들이 물티슈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순둥이 물티슈'로 유명한 호수의나라 수오미의 이미라 대표는 세계 어느 나라 소비자보다 까다롭다는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회사를 키운 최고경영자(CEO)다.

호수의나라 수오미의 이미라 대표

2009년 물티슈 사업에 뛰어든 이 대표는 원단의 차이가 품질을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클라라 원단'을 선택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클라라 원단은 부드러운 감촉과 잘 찢어지지 않는 내구성을 갖춘 '스펀레이스' 원단인데, 쉽게 말하면 고급 부직포다.  순둥이 물티슈는 클라라 원단을 쓴 100% 국내 생산 제품이라는 사실이 '맘'(mom·엄마를 지칭하는 영단어. 누리꾼들 사이에서 엄마라는 단어 대신 쓰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사업 첫해 약 45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연평균 2배로 성장하며 2012년에는 4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곧 성장통이 찾아왔다. 물티슈는 원단에 정제수를 넣어 만드는데 수분때문에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어 보존제를 섞는다.

2013년 한 시민단체가 이 보존제에 함유된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는 물질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는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은 식품의약안전처가 허용하는 59가지 보존제 중 하나인데 '보존제는 나쁘다'는 인식이 워낙 강했다"며 "회사는 성장했지만 갑자기 소비자들에게 뭔가를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가 안 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유해물질이 아니라고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불안감을 제때 잠재우지 못했다는 게 이 대표가 지금까지도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한번 논란의 대상이 된 보존제를 더 쓸 수 없어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라는 성분을 쓰기 시작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듬해에는 이 성분이 신생아와 임신부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제기돼 홍역을 치렀다.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 역시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라 피부에 해가 없다고 확신했지만 소비자에게 더 안전하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순둥이 물티슈는 결국 지난해 보존제 원료를 모두 식품첨가물로 바꿨다.

식약처는 올해 7월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등 시판중인 물티슈나 세제에 자주 들어가는 28개 성분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발표했지만 엄마들을 안심시키려면 갈 길이 멀었다.  그래서 이미라 대표는 올해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를 '고객과의 접점 늘리기'로 정했다.

독일의 피부과학연구소 '더마테스트'와 국내 화장품 안전성시험기관인 '엘리드'에서 피부 무자극 인증을 받은 뒤 고객들에게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회사 내에 홍보와 상담 인력도 늘렸다.  임신·출산 길잡이 역할을 하고 물티슈에 대한 정보를 알릴 수 있는 '산모교실'도 열고 있다.  고객이 직접 제품 개발과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소비자감동연구소'를 만들어 현장의 의견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딱딱하게 자료 분석만 하는 연구소가 아니라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 연구소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엠보싱이 더 도톰하고 또렷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등 소비자 의견을 이미 제품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물티슈가 공산품에서 화장품으로 분류돼 더 엄격한 관리를 받게 된 것도 물티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처럼 물티슈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있는만큼 엄마들도 물티슈를 더 안심하고 썼으면 좋겠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내 아이에게 쓸 제품에 대해 공부하는 소비자들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상품 홈페이지를 유심히 보고, 샘플도 신청해서 써보면 마음이 놓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렇게 고민해서 제품을 선택했다면 믿고 사용해주셨으면 한다"며 "첨가물의 99%는 수분이기 때문에 아이를 물티슈로 닦아주면서 죄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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