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원평집강소, ‘ 동학농민운동, 문화향유 공간으로 정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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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원평집강소, ‘ 동학농민운동, 문화향유 공간으로 정착 ’
  • 윤경숙선임기자
  • 승인 2023.11.02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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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하고 독특한 문화 행사 … 지역민 ,관광객 끌어모아
'동록개의 꿈 ’ 등 각종 공연 , 음악회 ,인형,소품만들어가져가기 등
맛있는 식사도 제공
원평집강소( 뒷모습)
원평집강소( 뒷모습)

[김제=윤경숙 선임기자]   지난 주말( 10. 28~29일 ) 김제 동학농민혁명 원평집강소에서 전국의 다양한 활동가들이 연대의 만남을 갖는 <동록개의 꿈 ‘다시 원평 취회’>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후원으로 열렸다 

 제목의 ‘취회’를 달리 표현하면 ‘집회’라고 할 수 있다. 고부봉기가 일어나기 전 1893년 봄에 전라도 1만여 명의 시위 군중이 원평장터에서 <척양척왜, 보국안민>을 기치로 한 달여간 집회를 열었다. 사)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그날의 원평취회 정신을 기리고자 해마다 봄날 이 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원평집강소  돌간판 
동학농민혁명 원평집강소  돌간판 

 올해는 일정이 미뤄져서 가을에 진행하게 됐다고한다. 이번 행사에는 전국총농민회 전북도연맹, 전북환경연합, 민족문제연구소전북지부가 함께 했으며, 월간'작은책 '과 '전라도닷컴 ' 그리고 '변산공동체와 모두의숲', '광양버꾸전수관', '김우희 작가의 목우공방' 등 다양한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이날 특히 대한민국 최연소 한식예술장인 지평선연미향 강은미 대표의 부각과 모듬 떡은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무대에 ‘여립’을 올린 현대무용가 황미숙 감독의 지도로 ‘몸의 인문학’ 수업도 오후 햇살 아래 잔디밭에서 진행됐다. 이어서 열린 ‘동록개의 꿈바탕’은 '광양버꾸전수관' 양향진의 '버꾸놀이와 흙집 짓는 장구재비' 김석균의 장구가락으로 흥겨운 마당놀이가 펼쳐졌다. 

이날행사 주제 간판
이날행사 주제 간판

주제공연 '그가 오다, 동록개라 불리운 사내'는 전통무예공연예술 지무단 김윤정의 검무와 국악인 김평부의 시소리, 예술공장 서승아의 퍼포먼스가 혼연일체를 이뤄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공간답게 원평집강소 이웃들의 모악산문화공동체가 ‘보이는 라디오’를 개국하고 첫 방송을 이날 현장에서 시작했다. 굿만경농부합창단을 이끌고있는 소프라노 김진희 성악가, 원평집강소농부합창단, 원평집강소한글교실어버이합창단(지도 박현옥) 등이 가을 노래로 라디오 무대에 출현, 뜨거운 환호 속에 앵콜을 받았다. 

복합문화공연장 
복합문화공연장 

 한국화 작가 심성희, 보자기아트 작가 이솔이, 양말인형 작가 김금자, 프랑스자수 작가 이연실 등 여러 작가과 함께 만드는 소품 체험은 추억이 되는 기념품으로 소장할 수 있어서 참가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고 즐겁게 해주었다. 다함께시민연대(대표 양미애) 그리고 보험이용자협회 김미숙 활동가가 진행한 '제주 4.3의 치유, 동백꽃' 뜨개질 체험은 가족 단위 참가자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줬고, 우리가 그냥 즐기는 놀이 잔치가 아님을 깨닫게 했다.

 ‘집강소’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노비문서를 불태워 신분을 해방하고, 탐학한 관리를 처벌하는 등 폐정을 개혁하기 위해 민중 자치를 실현했던 곳이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라도 53곳에 세워졌는데 모두 불타거나 기억에서 지워지고 원평집강소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곳이다..

모악산문화공동체합창단 공연
모악산문화공동체합창단 공연

원평집강소는 동학농민혁명 전주화약 후 설치돼 전라우도를 총지휘하고 2차 봉기를 도모했던 중요한 장소로 동학농민혁명 집강소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뿌리가 된다고한다.

4칸 초가의 이 건물은 동록개라 불리운 백정이 신분 차별 없는 동학사상에 감명 받아서 금구대접주 김덕명 장군에게 "신분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며 헌납했다고 한다. 1882년에 지어진 건물임을 대청마루 상량문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성도 없는 천민 백정을 동네개라는 의미로 ‘동록개’라 불렀다고 하니, 동록개라 불리운 사내가 떠올라서 가슴이 아렸다. 

 

원평집강소​ 한글교실 어버이 합창단공연
원평집강소​ 한글교실 어버이 합창단공연

사)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모악산문화공동체와 함께 지역의 역사 알리기와 문화 향유에 힘쓰는 한편  해마다 정월대보름행사를 시작으로 원평집강소 북콘서트와 음악회 그리고 인문학 강연, 영화상영, 원평집강소 방문객을 맞이하는 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한다.

국내 유일하게 복원된 원평집강소에서 이웃들은 모악산문화공동체를 만들어 크고 작은 다양한 집강소 행사마다 봉사활동을 하고, 음악회나 인문학 강연마다 각자 잔치 음식을 만들어 온다.  

또한 사)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해마다 10월에는 지평선축제장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김제청소년나라사랑축제'도 개최한다. 오는 11월 14일에는 김제 땅 동학농민혁명과 정여립을 동시에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으로 있다.

 

양말인형작가 김금자씨가 참석해 각종 인형등을 직접 만들어가가도록지도하고있다.
양말인형작가 김금자씨가 참석해 각종 인형등을 직접 만들어가가도록지도하고있다.

 동학농민혁명 이후 집강소 건물은 일제강점기 수류면 최초 면사무소로 쓰였고 그 후 1930년에는 불법연구회(원불교)가 사용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방치돼 붕괴 우려가 있어 2014년도에 문화재청이 긴급 매입해 2015년도에 보수 정비를 완료했다.

현재 복원된 원평집강소에서는 민간 자치기구라는 뜻을 살려 김제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 주도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외부 관광객에게는 역사교육과 문화 향유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 것은 바로 이러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동록개의꿈' 공연
'동록개의꿈' 공연

 그 후 복원된 원평집강소는 (사)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이웃들과 함께 공동체 공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타 지역 마을공동체와 기념사업회가 원평집강소 운영 방식에 대해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

 원평집강소(터)는 2017년 전북도가 기념물(제137호)로 지정했고 모악산문화공동체 회원들은 꽃과 나무를 심어 오늘날의 원평집강소 꽃밭을 아름답게 만들었다고한다.

현재 원평집강소는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주도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외부 관광객에게 역사교실과 탐방 안내 해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전국 활동가들과의 연대를 위한 만남의 장을 위해 기획한 것으로 누구라도 참가해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선양하고 계승하는 원평취회 프로그램을 함께 할수 있다고한다. 

 

소프라노 김진희 성악가 공연
소프라노 김진희 성악가 공연

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총괄한 최고원 (사)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상임이사 곁에서 봉사하는 이웃 김정희씨는  “최고원 이사가 있기 전에는  평생을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외로운 활동가로 살다 가신 그녀의 선친이 먼저 있었다.”고 전하자  최고원 상임이사는 “벌써 16년이 흘렀다. 2008년 1월에 선친이 떠나시고, 선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좋아서 하는 일은 힘들어도 외롭지 않다. 이웃들이 큰 힘이고, 목표와 꿈이 있으니 해찰할 겨를도 없었다.”며 그동안의 바쁜 나날들에 대해 회상했다.
  

 최근 김제시(시장 정성주)가 9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서 원평집강소 뒤뜰에 문화공간을 지어주었다.  잔디가 깔려져있는 공간에  공연장과 작은 공연무대 ,또  커다란 탁자 등은  카페처럼 느껴지는  복합공간으로 아늑함 그자체였다.

최상임이사는 “우리는 모든 행사를 잔칫집처럼 열어요. 행사라는 표현보다 잔치라는 말이 좋아서 그냥 잔치하는 겁니다. 사람이 모이면 항상 밥상을 차려요. 잔칫집에 먹을 게 빠지면 안 되잖아요. 누구에게나 다 밥을 드려요. 혼자서는 못하는 일이지만 이웃들이 계시니 꿈꿨던 이 모든 게 저절로 되네요!” 라고 .

보자기아트 작가 이솔이씨가 보자기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자기아트 작가 이솔이씨가 보자기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든 게 잔치라니, 모두에게 밥을 먹인다니, 현실감 없는 그녀가 몽상가 같았다. 그러나 그게 진짜 이뤄지고 있는 곳이 원평집강소였다. 잠시만 머물러도 때가 되면 누구나 함께 밥을 먹는 곳, 초대받지 않은 누구나 잔치에 올 수 있는 곳, 그녀가 소리 없이 동학을 실천하고 있었다. 

참고로 고 최순식 선생은 2019년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제정되던 해에 지역의 동학농민혁명 사료(원평 구미란 전투 자료와 김덕명 장군의 유적지 발굴 등) 발굴에 대한 공로가 인정돼 역대 수상자 중 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동학농민혁명 대상’을 수상했다.

문학평론가 임우기의  문학예술  ‘다시 개벽’ 이라는 주제로 인문학 강의

오후에는 가수 유성운님의 짧은 콘서트가 곁들여진 문학평론가 임우기님의 < '문학예술의 ‘다시 개벽’ > 이라는 주제로 인문학 강의가 이어졌다. 작은 시골 강의에 서울대학교 안삼환 교수 , 육근상 시인, 김이정 소설가 등이 객석에 앉아있는 모습은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참석인들이 귀뜸해주었다. 

강의이후 차려진 저녁 밥상에 참가자들은 또 한 번 감동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무료 간식에  김제 쌀 금붕어빵과 옥수수로 푸짐하게 먹어 별 기대하지 않은 참가자들 눈앞에 전북무형문화재 방짜 유기장인 이종덕 작가의 대형 유기그릇에 담겨진 음식들이 긴 탁자에 놓이기 시작했다. 예사롭지 않은 음식들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한 관광객은 “찰밥도 고소하고 반찬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하다. 
한식예술 장인이 만든 부각이라더니 정말 맛나다. 집에 가면 김제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싶다.”며 감탄했다.

 

구미란 가는길
구미란 가는길

이감동은 이튿날 29일 아침까지도 이어졌다. 집강소에서 직접 끓인 콩나물 해장국에 묵은 갓김치, 야생 두릅장아찌, 들깨가루에 버무려진 죽순나물 등은 김제특산물로 만든 식품이라그런지 더 건강해짐을 느끼는것 같았다.  

식사 후에는 전봉준장군 부대 최후의 항전지인 구미란으로 가는 순례에 나섰다. 
순례길은 원평장을 가로질러 구미마을로 가는길이다. 산길에 단풍길이어서 아이들  어른들모두 즐거워하는 모습들이었다. 
 
구미란에 닿고 난 후에는 이름 없이 묻힌 동학농민군들의 넋을 위로하는 몸짓과 소리에 모두가 저절로 엄숙해졌다.  국내 제일의 예인들이 풀어내는 진혼굿에 빠져들었다. 모두가 잊을 수 없는 경험에 드는 그런 시간이었다. 어제부터 모든 게 풍요롭고 즐겁기만 했던 원평취회 시간이 아쉽게도 끝나간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구미란에서 추모제가 진행되고있다.
구미란에서 추모제가 진행되고있다.

구미란(龜尾卵) 순례 후 다시 집강소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만경제재소 유성기 대표님의 지도로 느티나무 도마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

제재소에서 직접 켜온 느타나무의 결이 고와서 작업을 하지 않고 사용해도 될 만큼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웠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준비하지 않고, 쓰임새 있게 마련해준 집행부의 정성에 경기도에서 온 참가자는 너무 미안할 만큼 대접을 받았고 내년에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느티나무 도마 만들기 체험에서 만든 도마를 들고 기뻐하고있다.
느티나무 도마 만들기 체험에서 만든 도마를 들고 기뻐하고있다.

이감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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