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시장분석] 일본, 택시부족 현상으로 주목받는 승차 공유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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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시장분석] 일본, 택시부족 현상으로 주목받는 승차 공유 시스템
  • 손태한 기자
  • 승인 2023.11.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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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및 고령화로 택시 운전사 4년 사이 20% 감소
일반 운전자가 자가용을 이용해 유료로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승차 공유’ 도입을 검토 중

일본 전국 콜택시·택시연합회가 60개 지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택시회사에서 근무하는 운전자는 2023년 3월 말 기준 23만1938명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월 운전자 수는 29만1516명으로 5만9578명(약 20%)이 감소하였다. 또한,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남성 택시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2021년 기준 60.9세다.

택시 운전자 수 및 택시 운전자(남성) 평균 연령 추이 (자료: 국토교통부)
택시 운전자 수 및 택시 운전자(남성) 평균 연령 추이 (자료: 국토교통부)

택시 기사는 고령화로 원래 감소세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용객이 크게 감소하며 수입이 감소한 것과 차량 내 감염 우려로 운전자들이 이직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최근 4년 새 감소세가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

한편, 코로나19가 5류 전염병으로 이행되면서 외출이 증가하고, 방일 외국인 여행객 수가 회복되면서 고객의 택시 이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 기사가 부족해 가동할 수 있는 택시가 많지 않아 전국적으로 택시 부족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여행객뿐 아니라 고령자들, 심지어 기업도 택시 회사에 연락을 해도 비어 있는 차량이 없다는 응답을 받는 일이 늘면서 목적지 이동, 병원 통원, 업무 등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무역관과 거래하고 있는 업체 B사에 따르면, ‘회사 자체적으로 택시, 버스를 이용할 일이 많아 여러 운송 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점점 차량이 부족해지면서 현재는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이다. 최근 회사 자체적으로 차량 구입도 고려해 보았다’고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인력 부족은 택시뿐 아니라 공공 운수 중 하나인 버스회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버스 회사의 경우에도 인력 부족으로 노선 폐지 및 편수 감소가 잇따르고 있어 주민 이동 수단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 수 있는지가 과제이다.

◆ 운전기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 및 근로 환경

택시 기사를 확보하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되어 왔다. 2022년 5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으로 젊은 세대의 사람들도 운전기사가 되기 쉬워져 젊은 인력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일본에서 택시 기사가 되려면 2종 면허 취득이 필요하다. 개정 이전에는 보통 중형 · 대형 · 대형 특수 1종 면허를 취득한 후 통산 3년 이상 운전 경험이 있는 21세 이상의 사람에게 응시 자격이 주어졌으나, 이제는 특별 교습을 수료하면 19세 이상, 운전 경력 1년 이상의 사람도 응시할 수 있도록 기준이 낮아졌다.

또한 운전자의 대우 개선을 위해 전국적으로 운임을 인상하고, 2023년 5월에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도입하였다. 신청을 한 택시 사업자가 대상으로, 이용자가 사전에 스마트폰 배차 애플리케이션으로 행선지까지의 요금을 확정한 경우에 한정된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수요에 따라 요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구조로 되어 있고 언제 가격을 인상, 인하할지는 택시 사업자가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낮 수요가 적은 시간에는 가격을 내릴 수 있는 한편 비 오는 날 또는 주말 밤 등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

한편, 2024년 4월부터는 운전자에게 시간외 근로 상한 규제가 적용된다. 시간외 근로 상한 규제는 근로 방식 개혁 관련 법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상한 적용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업종·직종은 유예기간이 마련되었으며, 운송업이나 버스, 택시 등의 운전기사도 대상이었다. 그러나 2024년 4월 이후에는 상한 규제가 적용된다.

변동되는 규제의 내용을 보면, 근로 시간과 휴게시간을 합한 상한선이 그동안은 한 달에 299시간이었으나, 2024년 4월부터는 11시간 감소하여 288시간이 된다. 또한, 휴식 시간의 경우에는 일근 후 기본 11시간을 휴식한 후 다음 일근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이는 최소 9시간은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근무 시간은 단축되고 휴식 시간은 늘면서, 운전기사 확보 노력이 무색하게 인력 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승차 공유’

지난 23일 임시국회의 소신 표명 연설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승차 공유를 언급하였다. 일반 운전자가 자가용을 이용해 유료로 승객을 태우는 승차 공유는 일본에서는 이른바 ‘백탁 행위 (택시 영업에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고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불법 택시)로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왔다.

승차 공유를 둘러싸고 정부는 '디지털행재정개혁회의'를 중심으로 검토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고노 디지털 대신은 ‘연내 보고할 수 있는 부분까지 정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승차 공유 논의에서 큰 과제가 되는 것은 안전성 확보 문제이다. 택시 회사들은 근무 시작 시 음주 검사 등의 관리가 의무화되어 있고, 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해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교통 법규 위반 사례를 공유하는 강습회 등도 수시로 여는 등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안전 운행에 힘쓰고 있는 택시회사도 많다. 그러나 승차 공유가 시행되면 안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이에 정부 내에서는 도입할 시 운행 관리는 택시회사가 담당하는 등의 연계를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운행 관리를 담당하는 회사의 업종을 굳이 택시회사로 한정할 필요가 없지 않냐는 반문도 나오고 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 신문사와 TV도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승차 공유 도입론에 대해 ‘찬성’이라고 대답한 응답자 비율은 45%로, 반대 39%를 웃도는 수치였다.

◆ 지방 성공 사례

도야마현 아사히마치에서 2021년 10월부터 신규 대중교통인 ‘놋카루 하사이마치’가 본격적으로 운행되기 시작하였다. 해당 서비스는 이웃이 자가용으로 외출 시 ’내친김에 같이 탈 수 있는’ 서비스이다.

도야마현 아사히마치는 니가타현과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 인구 약 1만1200명 정도의 마을로, 고령화 및 그에 따른 운전 면허 반납으로 대중교통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민간 버스 노선은 심각한 인구 감소와 운전사 부족이 잇따르면서 폐지되었다. 아사히마치는 마을버스 증편을 목표로 설정하였지만 신규 차량 구입에 약 1000만 엔, 운전기사 고용 등 연간 약 1000만 엔의 경비 증가가 예상되며 재정 사정상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놋카루 아사히마치라는 서비스를 구축하여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예로부터 일본 지방에서는 ‘내친김에 같이 타고 간다’는 개념이 있긴 했지만, 타는 사람은 ‘무상으로 이용하는 부담’, 태우는 사람에게는 ‘사고 걱정’ 등 쌍방 심리적인 부담이 있는 상황이었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디지털로 구현하였다. 2019년 운전자의 외출 예정 정보와 이동 수요 정보를 매칭시켜 주는 ‘놋카루 아사히마치’를 구축, 시행하였다.

놋카루 서비스는 운행 주체가 지자체이고, 운행 관리는 지역 교통 사업자가 담당하며 운전자는 지역 주민이 되는 지역 주민 서비스이다. 차량도 전용 차량이 아닌 주민들의 자가용을 활용하기 때문에 마을버스 및 디맨드 버스(전화 예약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운행하는 버스)보다 적은 비용으로 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놋카루 아사히마치’ 서비스 구조 (자료: 하쿠호도 홈페이지)
’놋카루 아사히마치’ 서비스 구조 (자료: 하쿠호도 홈페이지)

해당 서비스는 승차 공유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택시·버스 사업에는 해당하지 않는 서비스이다. 지역에서 운송수단 확보가 필요한 경우 필요한 안전상의 조치를 한 후 지방 및 NPO 법인 등이 자가용을 이용해 제공하는 자가용 유상 여객 운송 서비스이기 때문에 놋카루 서비스에 이용되는 자가용은 여객 운송용 보험이 적용된다.

◆ 시사점

위와 같이 일본 내부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관광객은 증가하면서 이동·운송 서비스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불편이 예상되어, 이에 승차 공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소규모 지방에서 성공한 ‘놋카루 아사히마치’의 예시처럼, 승차 공유 시스템은 노인 또는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기다림 없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또한 젊은 운전자의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편하고 빠른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하였듯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은 바로 ‘안전성’이다. 놋카루 아사히마치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안전성이 확보되고 네트워크 구축이 잘 되어 있을 확률이 높고, 택시나 버스 회사의 경우 법인으로 운영되며 기사들의 안전 의식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투자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하지만 승차 공유의 경우에는 시스템이 허술하게 구축되거나 책임지는 주체가 없이 자가용 운전자만이 운송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는 사고 또는 범죄의 위험이 있어 안전 확보 및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과제가 발생하고, 정책 도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

25일 야마자키메구미 KOTRA 나고야무역관은" 위와 같이 현재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일본의 승차 공유 시스템 도입 과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승차 공유 도입 시 지방 도시 및 산간지방의 특성을 고려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지자체 및 도시 특징에 알맞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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