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 등 아시아에서도 갈림길 '메이드 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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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도 등 아시아에서도 갈림길 '메이드 인 코리아'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5.09.2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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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피터조 기자]    지난 14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시내 타이하 거리에 있는 '휴대전화세상' 매장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려는 소비자로 북적거렸다.  거의 모든 제품을 파는 이 대형 매장의 따 타인 프엉(27) 매니저는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면서도 "최근 들어 화웨이와 오포처럼 500만 동(약 26만 원)을 밑도는 중국 중저가 제품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휴대전화 매장

 이곳에 스마트폰을 사러왔다는 따 찌 쭝(28·디자인업) 씨는 "카메라 기능을 중시하는데 삼성과 애플 제품에 큰 차이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스마트폰 시장이 연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동남아시아의 대표 신흥국가로, 그만큼 시장 전망이 밝고 세계 주요 브랜드의 경쟁이 뜨거운 곳이다.

◇ 급성장하는 신흥시장 베트남…일본에 치이고 중국에 쫓기고

21일 코트라 하노이무역관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1분기 베트남에서 302만대의 스마트폰이 팔린 데 이어 연간 판매대수가 1천5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3년 38%에서 2014년 26%로 급속히 위축됐다가 2015년 1분기 35%로 회복됐지만 이를 지속할지는 불투명하다.  고급 스마트폰 판매를 놓고 애플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을 인수한 후 중저가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했던 중국 오포는 2014년 8%, 올해 1분기 10%로 끌어올렸다. 작년 한 해 베트남의 중국산 휴대전화 수입물량은 440만대로 전년보다 150% 치솟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천 달러로 낮은 베트남의 눈높이를 값싼 중국 제품이 충족시키며 빠르게 영토를 넓히는 것이다.  하노이 장보 거리에 있는 대형 가전매장 'PICO'에서는 한국과 일본 제품을 중심으로 전시해 팔고 있었는데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 생산지역 등에 따라 현지인의 선호가 엇갈렸다.

이 매장의 직원 농 홍 꽝(26) 씨는 "대용량 냉장고 품질은 일본 히타치와 삼성 제품의 차이가 없는데 소비자들이 좀 더 비싸지만 히타치를 선호한다"며 "베트남 소비자에게 히타치의 브랜드 이미지가 그만큼 강하다"고 소개했다.  바로 옆 TV 코너의 직원 호 린 찌(23·여) 씨는 "TV의 경우 일본 소니보다는 삼성 제품이 더 많이 팔린다"며 "화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베트남에서 생산된다는 점이 고객에게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자료를 보면 2014년 베트남에서 냉장고 판매량은 일본 업체가 1∼5위를 휩쓸며 시장 점유율 79.9%를 차지했고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10.3%에 그치는 등 주요 가전제품 시장에서 일본의 지위는 여전히 공고하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도 일본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일본이 1∼5위를 모두 차지했고 미국이 6위, 한국은 7∼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수입 완성차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1∼7월 베트남의 수입 자동차 가운데 중국산이 1만8천8대로 한국산 1만4천224대를 웃돌 정도로 중국 자동차의 기세 또한 커지고 있다.  2014년 베트남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15만7천810대로,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시장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현지 공장 설립에 부정적이다.  '오토바이의 천국'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에 달하며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2020년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만 그 사이 일본과 중국 업체의 입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은 163억 달러로 대일본 수출액(155억 달러)을 처음으로 웃돌았다. 베트남이 중국, 미국, 홍콩에 이어 수출 상대국 4위에 올랐지만 중간재 부품 수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소비재 시장에서는 일본에 뒤처지는 실정이다.  이규선 코트라 하노이무역관장은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소비재 시장에서 우리에게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며 "일본, 중국, 미국 등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고품질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휴대전화 매장 앞에 고객들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는 모습

◇ 12억 인구로 주목받는 인도…고전하는 한국 제조업, 현지 생산 성과

인구 12억의 인도가 나렌드라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한국 제조업은 이곳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뉴델리지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대인도 수출액은 69억7천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 감소했다.  특히 1월 수출액은 작년 동월 대비 6.1% 늘어났지만 3월에 누적 수출액 1.0% 감소로 돌아선 뒤 달마다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인도 주요 수출품목에는 철판, 자동차 부품, 석유제품 등 중화학공업 제품이 83%를 차지하기에 이 같은 수출 부진은 한국 제조업의 부진과도 직결된다.

물론 인도의 전체 수입액이 지난 2분기에만 12.7% 감소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수출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2014년 인도 전체 수입액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전년보다 12.4% 많은 127만8천200만 달러를 수출했기 때문에 최근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석유화학 합섬원료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8% 감소해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합성고무, 석유제품 등의 수출액이 30% 이상 줄었다.  반면 무선통신 기기, 공기조절기·냉난방기, 철도 차량·부품 등은 수출이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뉴델리 지부 관계자는 "세계 경기 침체와 함께 인도도 전체적인 무역규모가 감소하고 있는데다가 유가 하락으로 우리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하락한 것이 대인도 수출액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수출 감소세와 별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인도에 일찌감치 생산공장을 설립해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꾸준히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1998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공장을 설립해 인도 시장에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부동의 2위를 기록하는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4만505대의 승용차를 판매해 사상 처음으로 인도에서 4만대가 넘는 월간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에서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가동하는 삼성전자는 마이크로맥스 등 인도 업체와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도전이 거센 가운데에도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점유율 24.5%(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로 1위를 기록해 2위인 마이크로맥스(16.7%)와 큰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한국의 대인도 직접투자는 모두 16억 달러로 전체의 0.6%, 14위에 불과해 같은 기간 누적투자액 185억 달러로 4위 투자국인 일본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승욱 무역협회 뉴델리지부장은 "내년에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개정할 때 수출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일본보다 불리한 관세 양허나 개방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도 적극적인 해외 전시회 참가와 인도 거점도시 시장 개척단 파견 등 새 구매처를 발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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