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서 뒷전으로 밀리는 한국 자동차·스마트폰
상태바
중국시장서 뒷전으로 밀리는 한국 자동차·스마트폰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5.09.22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정상진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찾아온 한국 제조 업의 위기는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던 간판기업들에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 세계적 기업들과 토종업체들 간의 사활을 건 경쟁을 뚫고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

샤오미 스마트폰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올해 들어 중국 시장에 선보인 주력제품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들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2011년 이후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판매 1위를 달려온 삼성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부쩍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토종업체 샤오미(小米)에 정상을 내준 데 이어 4분기에는 2위 자리마저 애플에 내주고 말았다.

올해 사정은 더 나빠졌다. 시장조사기관인 IHS 테크놀로지 중국본부에 따르면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분기에 한자릿수대(9%)로 떨어지며 5위까지 추락했다.  샤오미(小米)와 화웨이(華爲)라는 두 중국 브랜드가 1, 2위를 차지했고 애플이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의 또 다른 제조사 비보(vivo)가 삼성을 밀어내고 4위로 올라섰고 오포(OPPO), 레노보 등 중국 후발주자들도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형세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삼성에 밀렸던 애플은 아이폰6를 앞세워 점유율을 전분기보다 1% 포인트 끌어올리며 3위 자리를 유지했다.  다른 기관의 점유율 조사에서도 삼성은 2분기에 10%에 약간 못 미치는 점유율로 화웨이, 애플, 샤오미에 이어 4위에 그쳤고 5~7위까지를 비보와 레노보, 오포가 차지해 IHS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의 고전은 절반에서 3분의 1 값에 불과한 토종 브랜드와 마니아층이 두터운 애플 사이에 끼어 시장을 잠식당한 데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스마트폰과 화웨이폰을 쓰다 지난해 말 아이폰으로 바꿨다는 회사원 장(張·28·여)모씨는 "아이폰의 기능과 터치감은 다른 제품보다 확실히 좋은 것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난해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하다 올해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해 184만여 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현대차의 중국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5월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보다 12.1% 준 것을 시작으로 6월, 7월에는 각각 30.6%와 32.4%나 판매량이 급감했다.  8월에는 감소폭(16.5%)이 다소 줄긴 했지만 1~8월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1.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 역시 지난 7월과 8월의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3%와 44.7%나 급감했다.

올 상반기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시와 내륙의 충칭(重慶)시에 제4~5공장 을 잇따라 착공하며 적극적 투자에 나섰던 현대차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부진한 중국 사업에 대한 회사의 위기감은 지난 8월 중국사업 수장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이 같은 부진은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로 '파이'는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저가형 SUV 등을 앞세운 중국 토종업체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높인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같은 위기를 겪는 폴크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자구책 차원에서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도 판매량 회복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현대차의 고전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문형 한국산업연구원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는 "과거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쌌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 브랜드를 외면했지만 지금은 양산체제를 갖추고 기술력도 괜찮은 자국산 제품을 많이 찾는다"면서 삼성과 현대차 모두 브랜드의 고급화를 통해 중국산 제품과의 차별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 스마트폰은 중국시장에서 아이폰만큼의 최고급 대우를 받지 못하고 현대차 역시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과 브랜드파워로 경쟁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약진하고 있는 중국 토종업체, 사진은 창안기차 모델

그럼에도 두 회사는 모두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자 절치부심하고 있다. '제조업은 결국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판단 속에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형 신모델을 출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갤럭시 S6 엣지+와 노트5를 잇따라 출시해 신모델 시장을 선점하고 추석과 국경절 등을 계기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 자존심을 회복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도 이달 초 청두(成都) 모터쇼에서 출시한 중국형 SUV인 '올 뉴 투싼'을 앞세워 하반기 판매량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두 회사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디지털 마케팅 등 고객과의 소통 강화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문형 대표는 "두 회사 모두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저가 공세와 경쟁할 수는 없고 결국 브랜드로 승부를 겨룰 수밖에 없다"면서 "연구개발(R&D)을 강화함으로써 발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고급제품을 생산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