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제> 대기업, 너도나도 면세점…1·2차 면세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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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경제> 대기업, 너도나도 면세점…1·2차 면세대전
  • 황명환 기자
  • 승인 2015.12.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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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황명환 기자]   올해는 면세점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한해였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사업이 성장 한계에 도달한 반면 면세점 사업은 한류 열풍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에 힘입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로 고속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 2010년 4조5천억원 ▲ 2011년 5조3천억원 ▲ 2012년 6조3천억원 ▲ 2013년 6조8천억원 ▲ 2014년 7조5천억원 등으로 최근 해마다 두자릿수 안팎의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대산업개발 본사(왼쪽)와 호텔신라

올해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추가 수요를 고려해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유통 기업은 물론이고 유통 산업과 관련 없던 기업마저도 너나 할 것 없이 면세점 특허 획득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면서 '면세대전'이라는 이름까지 붙게 됐다. 대기업 오너들이 면세점 유치를 위해 전면에 나서면서 면세점 유치전은 '오너들의 전쟁'으로도 불렸다.

◇ 1차 면세대전 승자는 HDC신라·한화갤러리아

서울 지역 신규 면세점의 대기업 몫 특허권 2장을 둘러싼 1차 면세대전에서는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신세계디에프, 현대디에프, SK네트웍스, 이랜드, 롯데면세점 등 7개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각 기업은 강북 도심, 강남, 용산, 여의도 등을 새 면세점 입지로 제시하는 한편 지역 관광 활성화, 중소기업과의 상생 방안 등 청사진을 내세우며 적임자임을 주장했다.

관세청이 7월 선정한 최종 승자는 각각 용산 아이파크몰과 여의도 한화63시티를 입지로 내세운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였다. 명동 등 시내 중심 일변도의 면세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HDC신라면세점은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만든 합작 법인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면세점 유치를 위한 전폭적인 행보가 특허권 획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HDC신라 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각각 이달 24일, 28일 개장한다.  HDC신라 면세점은 용산 아이파크몰 3∼7층에 2만7천400㎡ 규모로 들어서고,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여의도 63시티 총 4개층에 1만72㎡ 규모로 들어선다. 이번에 전체 매장의 60%만 개점하고서 브랜드를 추가하고 매장 운영 시스템을 보완해 내년 상반기 중 '그랜드 오픈'(정식 개장)을 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사업자로서 명품 브랜드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나오지만, 두 면세점은 각 브랜드와 협의를 거쳐 내년 중 해외 명품을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14개 후보가 경쟁을 벌인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중소·중견기업 특허권 1장은 에스엠면세점(하나투어·토니모리·로만손 등 합작법인)에 돌아갔다.  에스엠면세점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 건물에 들어선다. 매장 면적 50% 이상을 국내 중소 중견기업 우수 상품으로 구성하고, 한류스타의 이름을 건 스타상품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 2차 면세대전…두산·신세계 '웃고' SK·롯데 '울다'

2차 면세대전은 올해 안으로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면세점 3곳(롯데면세점 소공점·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부산 1곳(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SK네트웍스와 롯데는 기존 사업구역에서 특허를 재신청했고, 두산과 신세계디에프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4파전 양상이 나타났다.  관세청은 11월 사업자 선정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3곳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사업자로 롯데와 신세계, 두산을 선정하고 SK를 탈락시켰다. 부산 1곳은 기존 사업자인 신세계가 지켰다.

신세계는 서울 시내 면세점에 처음으로 진출하면서 롯데와 신라가 양분한 면세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다. 두산은 한때 식품·음료 등 유통부문을 축소하고 중공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지만, 이번 면세점 특허권 획득으로 유통기업으로의 부활을 알렸다. 시장점유율 50%를 넘는 국내 1위 업체 롯데는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은데다 특허권을 지킨 소공점마저도 인근에 들어설 신세계 면세점과 경쟁하게 돼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점이 탈락하면서 23년 만에 면세점 사업을 접게 됐다.

신세계는 중구 백화점 본점 신관과 바로 옆 메사빌딩 2개 건물을 활용, 모두 14개층 연면적 3만3천400㎡(1만100평) 규모의 시내면세점을 조성하고 내년 4월 문을 열 예정이다. 두산은 동대문 두타(두산타워) 빌딩에 기존 쇼핑몰을 제외한 다른 층들을 면세점으로 활용해 1만7천㎡ 규모의 면세점을 꾸밀 계획이다.  두 차례에 걸친 면세점 대전으로 업계의 지각 변동은 시작됐다.

기존 강자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에 신세계가 가세해 '3강'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며, 동대문을 등에 업은 두산면세점의 도전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특허를 따기 위한 유통 공룡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년 4월에는 김포공항 면세점 특허가, 2017년 12월에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 정부가 시내 면세점의 진입 장벽을 낮출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신규 면세점 특허를 얻기 위한 경쟁이 더 불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년마다 면세점 특허를 원점부터 다시 심사해 부여하는 현행 제도를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이뤄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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