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오피스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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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오피스 시장
  • 양완선 기자
  • 승인 2016.04.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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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피스 10%가 공실…2006년 대비 3배로 늘어

[코리아포스트 양완선 기자] 상업용 부동산의 대표 주자인 오피스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오피스 공급은 급증하면서 임차인을 찾지 못한 빈 사무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서울 오피스 공실률 10%대, 10년 전의 3배…'임대' 현수막 줄이어

최근 강남역 사거리와 테헤란로 일대에는 '임대' 현수막을 걸어놓은 건물이 즐비하다. 수개월씩 건물이 비어 있지만 좀처럼 임차인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 사거리에 있는 한 자산운용사 소유의 건물도 5년 입주시 3∼4개월의 렌트프리 조건을 내걸고 임차인을 모집중이나 녹록지 않다.

강남역 사거리 남쪽에 있는 뱅뱅사거리 일대 대로변의 건물에는 임차인이 떠난 자리를 채우지 못해 '임대'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다.

서울 도심권은 공실이 더 많다. 서울 중구 종각역 인근 한 빌딩은 올해 초부터 5년 이상 입주시 6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않고 인테리어 공사비도 지원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지만 마땅한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3∼5년 임대조건에 3∼4개월까지 해주던 렌트프리 기간이 최근엔 최대 6개월까지 늘어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10.1%를 기록했다. 이는 2006년의 3%대에서 그 비율이 3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서울시내 오피스 빌딩 1천161개동의 임대현황을 조사한 알투코리아의 보고서에서도 서울지역 공실률은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증가한 9.9%에 달했다.

명목상의 임대료는 그대로지만 실질 임대료는 하락했다. 강남역 테헤란로 일대의 경우 렌트프리 기간 증가 등을 고려할 때 2014년에 비해 임대료가 15% 가량 떨어졌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알투코리아 김태호 상무는 "건물 가치 때문에 명목상의 임대료 시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렌트프리나 인테리어 공사비 제공 등을 고려한 실질 임대료는 알려진 시세보다 낮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빈 사무실이 늘어난데는 공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서울 도심권의 경우 도심재개발 사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규 공급이 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인근 도심만 해도 최근 2∼3년 새 그랑서울, D타워, 광화문스테이트 타워, KT[030200] 광화문 빌딩 등 10개 가량의 초대형 빌딩이 들어섰다.

특히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강남 테헤란로변에 있던 IT 기업들이 싼 임대료를 찾아 대거 이동하면서 강남역 일대에 빈 사무실이 크게 증가했다.

도심•강남 등지의 대로변 전면에 위치한 빌딩에 공실이 발생하고 실질 임대료가 떨어지면서 이면도로의 건물도 타격을 받고 있다.

존스랭라살르 이용민 리서치팀장은 "공실이 늘고 실질 임대료가 하락하면 B급 건물에 있던 임차인들이 같은 조건의 A급으로 옮기는 상향 이동이 발생한다"며 "프라임•A급 빌딩은 건물주들이 자금력이 있어 일정기간의 공실과 임대료 인하에도 버틸 체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B급•C급 건물주들은 더 빨리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급은 늘었지만 기업들은 경기 악화로 신규 투자와 사무실 공간을 축소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로 기준점인 100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쿠시먼앤레이크필드는 1분기 오피스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글로벌경제 저성장에 따른 수출 침체, 내수 위축 양상을 보이고 성장이 둔화되면서 오피스 수요도 계속해서 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공급된 오피스 약 78만㎡ 중 시장에서 흡수된 면적은 절반 가량인 39만㎡에 불과했다.

◇ 삼성 등 기업은 자산 매각…신규 공급은 당분간 늘어

이런 가운데 올해도 작년처럼 서울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권(CBD)에는 신규 오피스가 계속 공급될 전망이다. 현재 도심권은 강남권(KBD)이나 여의도권(YBD)에 비해 공실도 높은데 공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화63시티에 따르면 올해 도심권내 대형 오피스(연면적 3천300㎡ 이상) 공급 예정 물량은 총 6건으로 지난해 3건의 2배 수준이다.

중구 신한L타워(3만823㎡), 명동구역4지구 대신증권[003540] 빌딩(5만2천929㎡), 이화정동빌딩(9천959㎡) 등이 도심권에서 입주 대기중이다.

강남권에는 초대형 빌딩 2곳이 올해 준공한다. 오는 7월 완공되는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 옆 파르나스타워는 연면적이 10만㎡(10만4천374㎡)를 넘는다.

연면적 32만7천137㎡, 지하 6층∼지상 123층 높이의 국내 최고층 빌딩인 제2롯데월드타워의 오피스 빌딩(지상 14∼38층)도 10월께 시장에 나온다.

두 빌딩은 모두 면적이 넓은데다 초고가 임대료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져 이 일대 오피스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알투코리아 김태호 상무는 "2016년 2분기 이후 연말까지 서울 주요지역에만 약 59만㎡ 규모의 오피스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 중 50% 가량이 시장에서 소화된다해도 연말 공실률은 약 10.6%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은 오피스 자산 매각에 나서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기업의 부동산 자산 매각이 늘었다는 것은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손꼽히는 부동산 부자인 삼성생명은 올해 태평로 사옥을 부영에 매각한데 이어 제일모직 본사로 쓰였던 종로구 수송동 수송타워와 동여의도동의 삼성생명 사옥, 종로타워의 지분 전체를 차례로 매각했다.

또 오는 7월 서초사옥으로 이동하는 삼성생명의 태평로 빌딩 역시 현재 매각을 추진하는 등 서울과 지방에 보유하고 있던 건물 10여개를 매물로 내놨거나 판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서초삼성타운에 입주해 있던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를 각각 수원과 판교 등으로 옮기고 금융 계열사 등이 입주키로 하면서 기존 삼성 계열사가 떠난 자리에는 새 임차인이 필요하게 됐다.

어반에센매니지먼트 정성진 대표는 "삼성의 자산 매각이 지배구조 문제 해결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인지, 미래의 자산 가치 하락 우려와 한발 빠른 구조조정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국내 기업중 정보력이 가장 빠른 삼성이 자산을 팔고 있다는 것에 대해 건물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조선•해운 등 산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도 앞두고 있어 오피스 공실이 빠른 시일내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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