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급증 표적은 여성과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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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급증 표적은 여성과 노인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5.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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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모르는 사람을 이유없이 죽이거나 폭행하는 ‘묻지마 범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분노 범죄 성향의 이런 범죄는 자기방어력이 약한 노인이나 여성이 표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2일 새벽 대전 대덕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가방 안에서 벽돌을 꺼낸 A(16)군이 앞쪽에 서있던 자신보다 체격이 조금 작은 B(28•여)씨의 머리를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다.

A군은 B씨의 저항에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까지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A군과 B씨는 같은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것 말고는 일면식도 없었고 사건 직전까지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

경찰에 붙잡힌 A군은 단지 후배와 말다툼한 뒤 화가 난다는 이유로 아파트 화단에서 벽돌을 주워 B씨를 무차별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6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모텔 앞에서는 김모(33)씨가 술에 취해 아무 이유없이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이모(47•여)씨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했다.

놀란 이씨는 자신의 근무하는 인근 모텔로 뛰어가 도움을 청했으나 김씨는 이를 뒤따라와 모텔 여주인까지 폭행했다.

김씨는 자신을 말리러 나온 모텔 장기투숙객인 40대 남성도 폭행한 뒤 경찰에 체포됐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7일 광주 어등산 등산로에서는 이모(63)씨가 쉼터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다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던 김모(49)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흉기를 들고 등산객들을 위협하던 김씨는 휴대전화를 든 이씨를 보고는 "나를 경찰에 신고하려는 것 아니냐"며 전화기를 빼앗으려고 몸싸움을 벌였다.

김씨는 넘어져 저항하기 힘든 상태였던 이씨의 목과 가슴, 허벅지 등을 9차례나 찔렀다.

김씨는 당시 하루종일 산을 배회하며 수십명의 등산객을 마주쳤고 당시 쉼터에도 3∼4명의 등산객이 더 있었지만 체격이 크거나 걸음이 빠른 젊은 남성이 아닌, 체구가 작고 다리가 불편한 이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달 21일 충북 청주의 주택가에서는 20대 남성이 산책하던 60대 노인에게 갑자기 발길질과 주먹 세례를 퍼부었고 지난 3월 부산에서는 10대 때 집단 괴롭힘(왕따)를 당한 후 정신질환을 앓던 20대 여성이 폐지를 주워 집에 돌아가던 80대 할머니의 어깨를 흉기로 찔렀다.

전문가들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한 충동 범죄든, 정신이상으로 인한 범행이든 묻지마 범죄자들 역시 무의식중에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고 분석했다.

범죄•보안 전문가인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3일 "모든 범죄는 동기와 기회가 합치할 때 이뤄진다"며 "범행 동기인 '분노' 조절을 위해 양극화 해소와 건강한 분노 해소법 등이 마련돼야 하며 범죄 기회를 줄이려면 CCTV 뿐 아니라 경찰의 취약지역 순찰 강화, 대학 내 캠퍼스 폴리스 등 민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신질환이나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범죄자를 감형할 것이 아니라 치료를 거부하거나 술을 많이 마신 사람들에 대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정신질환이 분명하다면 처벌보다는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이 아닌 단순히 술을 마시고 감정이 격해져 범행을 했다면 가중처벌을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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