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cm의 기적'으로 키워낸 MCM…명품시장 새 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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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cm의 기적'으로 키워낸 MCM…명품시장 새 판 짠다"
  • 원아름 기자
  • 승인 2016.06.24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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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원아름 기자]책상 1개, 전화기 1대, 컴퓨터 1대, 월급 18만원을 받는 직원 1명.

단출하다 못해 보잘것없이 시작한 이 회사는 20여년 만에 세계 50위권(연매출 기준)의 패션브랜드를 품은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독일이 낳고 한국이 키운' 패션브랜드 MCM을 보유한 성주그룹의 이야기다.

성주그룹은 창립 25주년을 맞아 자사의 과거·현재·미래를 담은 책 '성주 이야기'를 펴냈다.

▲ 성주그룹 25년사를 담은 책 성주 이야기 [사진 = MCM 제공]

 

에너지업체 대성그룹 창업주 고(故) 김수근 회장의 딸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흔히 말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안락한 삶보다는 도전하는 삶을 살기 위해 패션산업에 몸을 던졌다.

김 회장은 미국 유학 중 경제·사회적 발전과 함께 찾아오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주목했고, 국내에서도 소비재 중심의 산업 구조가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세운 성주그룹은 고가 수입브랜드, 이른바 '명품' 시장이 국내에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1990년대에 명품 수입·판매에 뛰어들었고, 구찌·YSL·소니아 리키엘·MCM 등 유럽 명품 브랜드 제품을 소개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봐도 '핫한' 브랜드다.

절약이 미덕으로 통하던 시대였지만 한국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명품시장도 커가기 시작했다.

1990년 구찌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따낸 성주그룹은 구찌가 진출한 세계 각국 가운데 한국을 매출 5위 시장으로 끌어올렸다.

백화점 가판대에 겨우 둥지를 틀었던 MCM 역시 자카드 소재 백팩이 인기를 끌면서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특히 성주그룹은 국내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MCM의 라이선스 권리를 따내면서 MCM 본사를 설득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원화 가치가 폭락해 각 브랜드 본사에 보내야 하는 로열티는 2배로 늘었고,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결국 중소기업 4만개가 쓰러진 위기의 시기에 성주그룹 역시 세계 5위 규모로 키워낸 구찌의 국내판매권을 내던질 수밖에 없었고, YSL·소니아 리키엘과의 계약도 차례차례 끝나면서 마지막에는 MCM만 남았다.

성주그룹은 이후 등촌동의 한 회사 창고로 본사를 옮겼다.

비좁고 허름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쓸 수 있는 공간은 1인당 책상 80cm가 전부였다.

허탈한 직원들에게 김성주 회장은 말했다.

"80cm라도 주어진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글로벌 회사들이 개인 책상을 없애고 직원간의 소통 강화에 힘쓰고 있는데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네요"

성주그룹은 위기를 겪어낸 뒤 유일하게 손에 남은 MCM을 통해 기회를 찾기로 했다. MCM 본사를 5년 안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은 이때 명확해졌다.

▲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위기를 겪은 지 8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독일 MCM 본사는 경영난으로 기우뚱거리고 있었고 그간 한국에서 체력을 키우며 패션산업에 대한 경험을 쌓은 성주그룹은 2005년 4월 MCM을 인수했다.

이후 성주그룹은 아디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미하엘 미할스키를 영입하는가 하면, 독일의 정밀함과 이탈리아의 세공기술, 아시아의 철학이 더해진 제품으로 미국과 유럽·중국을 공략했다.

고품질 가죽제품뿐 아니라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여성들을 위해 노트북을 담을 수 있는 큰 가방과 두 손을 자유롭게 해주는 백팩 등을 줄줄이 내놓으며 MCM은 성장했다.

이후 미국에 견줄만한 거대한 시장이 된 중국 시장을 눈여겨본 성주그룹은 현지에 플래그십 매장을 내고 중국인의 패션감각을 꿰뚫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선점했다.

성주그룹은 지금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MCM 광고나 잡지에서 본 다섯 자리 숫자를 스마트폰에 입력하면 상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M5 서비스를 실시하고 웨어러블 명품을 내놓는 등 기술과 패션을 접목해 명품 시장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

2020년까지 매장을 700여개로 늘리고 매출도 2조원대까지 키워나갈 계획이다.

소수 부유층 소비자의 우월감을 이용한 명품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방식과 끊임없는 변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명품'(New School Luxury)을 지향한다는 게 성주그룹의 설명이다.

▲ MCM 핸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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