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 김진우 기자]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자다. 회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나중에 '그때 왜 사진을 찍지 않았지?'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AP통신 사진기자 부르한 외즈빌리지가 20일(현지시간) 전한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 피격 현장 사진 특종의 순간이다.
외즈빌리지가 19일 저녁 앙카라의 전시회에서 포착한 저격범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의 사진은 이튿날 전세계 유수 신문의 1면에 실렸다.
사진 속 알튼타시는 쓰러진 대사 옆에 서서 오른손에 총을 들고 왼손 검지를 하늘로 치켜든 채 울분이 가득찬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다.
외즈빌리지의 사진은 역사의 전기가 될 수 있는 러시아대사 피격 사건의 충격을 생생하게 웅변한다.
외즈빌리지는 퇴근길에 러시아대사가 참석하는 사진전이 열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특별히 중요한 행사라서가 아니라 나중에 러시아·터키 관계 기사에 유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카를로프 대사의 사진을 찍었다.
카를로프 대사가 잔잔하게 말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총성이 연달아 들렸고, 행사장은 순식간에 극도의 공포에 빠져들었다.
몇 초가 지나서 상황을 파악한 외즈빌리지는 두려움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기자로서 사명을 따랐다.
분쟁지역에서 사진을 찍다 숨진 친구와 동료들이 떠올랐다.
카를로프 대사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지만, 피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총격범은 흥분이 역력한 상태로 쓰러진 대사 주위를 빙빙 돌고, 벽에 걸린 사진을 부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상스러우리만치 자신을 잘 통제하고 있었다고 외즈빌리지는 전했다.
외즈빌리지는 죽음의 공포를 억누르고 총격범에게 다가가,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카메라를 잡은 팔을 뻗어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역사의 기록이자 세기의 특종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