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조직개편 단행…투명·준법·공헌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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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조직개편 단행…투명·준법·공헌에 무게
  • 유승민 기자
  • 승인 2017.02.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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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유승민 기자] 21일 단행된 롯데의 조직 개편과 임원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준법경영, 사회공헌 관련 조직의 비중이 매우 커졌다는 점이다.

2015년도 인사까지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재가를 거쳐 이뤄졌고, 경영권 분쟁 등의 영향으로 2016년 인사가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인사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낸 첫 단독 인사다. 따라서 이런 조직 형태를 통해 '투명·준법·공헌' 등 공동체적 가치를 '뉴 롯데'의 최상위 경영 이념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롯데는 기존 '그룹 본사'격인 정책본부 조직을 크게 '경영혁신실'과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위원회'라는 새로운 두 개 조직으로 나눠 출범시켰다.

그룹 사업을 조율할 경영혁신실은 가치경영·재무혁신팀·커뮤니케이션·HR(인적자원)혁신팀 등 4개 팀으로 이뤄졌다.

준법경영·법무·감사 기능을 수행할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 관련 규칙과 정책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행 여부를 점검한다.

주목할 점은 인력 배분인데, 기존 정책본부 소속 인원 200여 명을 크게 줄여 본사에 140명만 남기면서 100명을 경영혁신실에, 40명을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아래 뒀다.

법무·감사 등 준법경영 인력이 무려 전체 본사 인원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4개월여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국민 앞에 직접 고개를 숙여 사과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 사진=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뉴스 제공)

롯데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10월 대국민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의 의미를 개인에 맞출 경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연히 황각규 사장(전 정책본부 운영실장)의 부상이다.

황 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동안 대형 인수·합병(M&A), 해외 우즈베키스탄 화학 플랜트 준공 등을 통해 화학·렌탈 사업을 그룹 주력 사업군으로 키우며 역량과 성과를 입증했다.

신동빈 회장의 '브레인'으로서 고(故) 이인원 부회장 유고 이후 줄곧 그룹 내 '2인자'로 주목받았는데, 이번에 경영혁신실장을 맡으면서 '실세' 자리를 굳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 검찰 수사 등 외부 요인으로 정체된 그룹 사업과 직원 사기의 물꼬를 트기 위해 황 사장을 경영혁신실장으로서 전면에 내세워 새 동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롯데의 '투 톱' 가운데 나머지 한쪽인 소진세 사장도 지금까지 신동빈 회장이 맡았던 사회공헌위원장 자리까지 물려받으면서, 신 회장이 강조하는 '투명 경영', '사회적 책임'을 실행에 옮기는 막중한 책무를 맡았다.

더구나 소 사장은 '회장 보좌역'을 겸임하면서, 명실상부한 신 회장의 '그림자', '심복'으로서의 지위도 인정받았다.

롯데 내부에서도 소 사장은 2014년부터 그룹의 대외협력단장을 맡아 폭넓은 인맥을 토대로 각계 각층 인사들과 롯데를 연결하는 소통을 주도했기 때문에 사외 위원들과 소통하며 롯데를 개혁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계열사를 4개 사업군(비즈니스유닛·BU)로 나누고 각 BU장을 선임한 이번 롯데의 조직 개편과 인사는 향후 전개될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 관계자도 "이번 조직 개편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키우자는 취지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의 사전 단계"라고 말했다.

'금산(금융·산업)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는 BU 체제에 포함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대표 인선에서는 '현장·해외 경험'을 강조하는 신 회장의 인재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신임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2014년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로 부임해 실적을 끌어올린 주인공이고, 롯데정밀화학 신임대표 이홍열 부사장은 최근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화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음료 BG(사업부문) 대표, 이종훈 주류 BG 대표는 모두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평소에도 '다양한 경력과 해외 경험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를 강조해왔는데, 이번 인사에 그 원칙이 적용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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