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불안'에도 외국인, 韓채권 사재기…올해 17조원 순매수
상태바
'한반도 불안'에도 외국인, 韓채권 사재기…올해 17조원 순매수
  • 장서연 기자
  • 승인 2017.04.18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장서연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 핵실험 등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위험 증대에도 원화 채권 '사재기'에 나서 올해 들어서만 17조원 가까운 순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14일 현재까지 16조5천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만기가 돌아온 5조원 규모의 채권에 재투자하고도 10조원 가까운 국채에 순투자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 잔액은 작년 말 89조원 수준에서 현재 99조3천억원 안팎으로 늘어났다. 원화 채권 보유 잔액은 지난 11일 102조원에 달해 작년 2월 초 이후 처음으로 일시적이나마 100조원을 넘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주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원화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집했다. 이들은 이달 들어 보름 동안에만 국내 채권을 2조9천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사재기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자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이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 사진=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 핵실험 등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위험 증대에도 원화 채권 '사재기'에 나서 올해 들어서만 17조원 가까운 순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외국인은 원화 자산 추가 매입에 나서 채권시장 강세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두드러지면 원화 자산 투자 심리가 약해지는데, 이번엔 오히려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는 양상"이라며 "주로 외국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장기 투자 기관이 원화채권 투자의 주요 주체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위험에서 벗어남에 따라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원/달러 상승세(원화 약세)가 바로 추세적으로 본격화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실제 전날 원/달러 환율은 북핵 위험 완화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전거래일보다 2.3원 내린 1천137.7원에 마감했다.

여기에 글로벌 채권시장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2.24%로 박스권(2.30∼2.60%)을 벗어나 하단 수준인 2.20% 부근까지 내려왔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채권팀장은 "국내 채권금리는 글로벌 금리 하락에 동조화를 보이면서 연중 저점 부근을 맴돌고 있다"며 "내수경기가 취약한 한국이 수출과 일부 투자개선, 물가 상승을 근거로 통화 긴축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시장 금리가 올라갈 이유도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이 가진 시장 영향력도 미국과 긴장에 따른 불확실성을 인정해도 과한 상황"이라며 "국내 채권시장이 지정학적 위험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전쟁 단계까지 가지 않는 한 금리는 하락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