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관세장벽의 해결사’ AEO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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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관세장벽의 해결사’ AEO 제도
  • 김태문 기자
  • 승인 2017.05.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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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AEO센터 윤청운 센터장
▲ 윤청운 관세청 AEO센터장

[코리아포스트 김태문 기자] 최근 세계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등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세계무역환경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등 더욱 어두운 먹구름으로 드리워져 있다. 지난 9월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된 G20 회의에서는 다자무역체제 강화 및 국제투자정책 공조와 더불어 보호무역조치 철폐 공약을 선언하고, 감소하는 세계 무역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세계 무역성장 전략 등을 수립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큰 기류로 자리잡고 있으며,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자국의 일자리 창출, 소비 증대, 테러, 우범화물 사전 차단 등을 이유로 비관세장벽을 더욱 굳건하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무역환경 변화는 한진해운발 물류대란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차질 및 수출/내수시장 위축으로 가뜩이나 힘든 우리 수출기업들에게는 커다란 위기가 되고 있다. 이같은 세계경제의 흐름속에서 보호무역주의의 타개책이될 AEO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부각되고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는 2001년 미국의 9.11 테러에서 출발한다. 9.11테러이후 각국의 강화된 국경관리 수단들로 인해 물류흐름 지체현상이 만연되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제도이다. 관세당국이 수출입기업, 관세사, 물류업체 등 무역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들 가운데 법규준수도, 안전관리, 내부통제시스템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을 AEO 기업으로 인증하고, 수출 상대국에서는 AEO 인증기업에게는 신속통관, 세관검사 면제 등 통관절차상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AEO 공인기업은 스스로 물류공급망 안전유지 및 내부통제 의무를 준수하는 대신 물류비용 절감 및 통관소요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관세당국은 우범업체에 대한 관리에 집중함으로써 무역안전과 원활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2005년 세계관세기구(WCO)는 AEO제도를 '국제 무역의 안전과 원활화를 조화시키기 위한 국제규범' 즉, SAFE Framework라는 국제 표준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따라 현재 전세계 65개국이 AEO제도를 시행중이다. 더욱이 2013년 12월 WTO 무역원활화 협정을 통해 WTO회원국의 경우 AEO제도 도입이 의무화 되면서 오늘날 AEO 제도는 모든 국가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제도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무역환경의 변화에 부응하여 2008년 1월 관세법에 AEO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7개월간에 걸친 시범사업을 거쳐 2009년 4월 15일 본격적으로 시행하였다. 우리의 AEO 제도는 WCO Safe Framework 등 국제표준을 흡수한 공급망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율적 법규준수를 제고하는 기업관리 제도를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에, AEO 기업은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율적인 법규준수를 유지하여야 하며, 세관은 사전에 기업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 및 파트너십에 기반한 컨설팅 지원을 위해 세관공무원으로 구성된 기업상담전문관(AM) 제도를 두고 있다.

AEO제도 도입 초기 공인정책은 수출입물량이 많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11년부터는 인프라가 열약한 중소기업의 공인지원사업도 시행하였으며, 우수사례(Best Practice) 경진대회 개최 및 AEO 컨퍼런스 개최 등 지속적인 확대 정책을 시행하여 왔다. 그 결과 AEO 공인기업수는 세계 5위 수준(815개)에 이르고, AEO 기업의 수출실적이 전체 수출실적의 절반에 이르는 등 제도 정착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우리 AEO 도입이 주요국 미국(2001년), 뉴질랜드(2004년), 일본(2006년), EU(2008년), 중국(2008년)에 비해 늦은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AEO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함께 주요 교역국과의 AEO 상호인정약정(MRA, 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 체결에도 주력하여 왔다. AEO MRA는 일국의 AEO기업이 상대국 세관에서 상대국 AEO기업과 동등한 수준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관세 당국간의 약정을 말한다. 우리나라처럼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의 경우 MRA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등 교역량이 많고 비관세 장벽이 높은 국가들과 총13건의 MRA를 체결하여 세계 최다 MRA 체결국의 지위를 갖고 있으며, 특히 최대교역국인 중국과 2013년 6월 27일 MRA를 체결하면서 對중국 수출기업들의 신속통관 및 통관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공인확대 정책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율심사에 기반한 기업관리 및 제도 내실화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또한 기업들로부터 AEO 공인을 준비하면서 공인기준이 까다롭다는 의견들을 들어오고 있었다. 이에 관세청은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AEO 공인기준 및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정비하였다. 중복되거나 유사한 공인기준을 통폐합하여 공인기준수를 약 20% 축소하였고, 공인기준별 특성에 따른 심사방식 채택으로 공인소요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공인기준 적용을 위해 재무건전성 및 안전관리 기준 일부를 완화하였고, 울타리 높이 기준 등 민원이 많은 규정은 삭제하였다. 다만, AEO 제도가 국제표준에서 출발하는 제도이므로 공인기준을 대폭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으며, 공인기준 및 프로세스 효율화에 집중하여 제도 도입 7년만에 이룬 대대적인 개편이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밝히고 싶다.  

아울러 공인기준과 더불어 AEO 프로세스도 일부 개선하였다. 기업들의 공인등급 상향 기회를 확대하고, 심사방법도 간이하게 변경하였다. 예비심사 기간 설정, 분할?합병에 대한 심사기준 마련, 유효기간 만료연도 정기 자체평가 생략 등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여 제도의 신뢰성 및 예측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앞으로는 기업상담전문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정기 자체평가서 전면 개편 등을 통해 AEO 기업의 법규준수 향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더불어 AEO 기업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세제상 혜택을 확대하고 ASC(Authorized Supply Chain) 기반한 성실 공급망도 구축해 나갈 예정이며, 다른 한편으로 ASC와 대척점에 있는 불성실 공급망에 대한 개념을 도입하여 통관, 심사 등 관세행정 각 분야에서 집중 통제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 보겠다.

AEO 제도 확산으로 최근 우리기업이 직면한 큰 변화는 해외 거래업체에서 거래조건으로 AEO 인증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파리, 벨기에 테러 등을 계기로 무역공급망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비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각국의 관세당국은 AEO 기업과 非AEO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정책은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변화속에서 AEO공인이 무역거래의 필수요건으로 대두되는 시기는 예상보다 빠른 시일내에 도래할 것이며, AEO 공인을 준비한 업체는 그렇지 않은 업체에 비해 비교우위와 시장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될 것이다. 이에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이 AEO 공인을 기업경쟁력 강화와 경영혁신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기를 권장하는 바이다.

글 : 윤청운 (관세청 AEO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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