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상선, 컨설팅 부실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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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상선, 컨설팅 부실론 대두
  • 정수향 기자
  • 승인 2017.08.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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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정수향 기자] 컨설팅업체 AT 커니는 지난해 9 월부터 현대상선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장기 생존 전략으로 현대상선에 2022 년까지 10 조 원을 투입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상선은 이를 근거로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T 커니는 지원금 10 조 원의 용도로 컨테이너 선사로서 '핵심 경쟁력'인 선대 확장을 위해 절반 이상인 5 조 6,000 억 원을 투입하고 2 만 TEU 급 이상 초대형선 30 여 척을 확보해 선복량을 100 만 TEU 로 높여야 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또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 3 조 3,000 억 원을, 터미널 지분 인수와 용선 계약 정리 등에 1 조 1,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AT 커니와 정부가 사전에 협의한 내용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100 대 국정과제의 해운부문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음. 보고서에는 해양진흥공사를 발족하고 이를 통해 2022 년까지 원양 '컨' 선복량 100 만 TEU(지난해 47 만 TEU) 달성으로 해운강국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적시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AT 커니가 몇 달 동안 공들여 내놓은 컨설팅 보고서에 대해 관련업계는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 사진=현대상선 컨테이너선.(연합뉴스 제공)

이미 여러차례 '컨'선사에 대한 경쟁력은 선대확장이 아니라 자사가 운용하는 선박에 얼마나 많은 짐을, 빈 공간없이 효율적으로 운항하는지 여부가 핵심인데, 여전히 한진해운 파산 직후의 정부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몇일전 100 대 과제에서 2022 년까지 100 만 TEU 로 선대를 끌어올려 해운업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관련 자료를 작성했을 해수부에 대해 금융권에서 상당히 어이없어 했다"며 "배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지나가는 중학생도 알정도가 됐는데, 지금 보니 컨설팅 업체가 문제였던 모양이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타 업종에 비해 원양 '컨'사업은 얼라이언스를 통한 과점형태에, 시황이 수시로 변동하면서 상황을 유동적으로 그때마다 대처해야 하는 사업임에도 1 년 가까이 컨설팅을 진행했으면서 바뀐 해운시장에 상황에 대한 반영이 전혀 안됐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현대상선이 지금과 같이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도 과거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 업체의 컨설팅을 받고 난 후 위기가 더 커졌다는 점을 들며 컨설팅 업체에 비용을 써가면서 이같은 결과물을 받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현대상선은 단기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던 2014 년 하반기부터 1 년여간 미국컨설팅 업체인 BCG 를 통해 구조조정 컨설팅을 받은 바 있는데, 당시 국내 화주들과의 영업 스타일이나 해운업 특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BCG 는 막무가내식의 인력 구조조정과 과도한 미국식 업무질서로 체계를 뒤바꿔 국내 화주들이 대거 한진해운으로 이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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