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새우젓 명인, 전통 젓갈의 순수한 맛과 영양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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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새우젓 명인, 전통 젓갈의 순수한 맛과 영양 지킨다
  • 김철훈 기자
  • 승인 2017.10.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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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지정 대한민국 수산전통식품명인 제5호 김정배 굴다리식품 대표
▲ 김정배 명인

[코리아포스트 김철훈 기자] "각종 감미료와 보존료로 맛을 내고 유통기간을 늘리는 국내 많은 새우젓과 달리, 저는 국내산 새우와 천일염만 사용해 식재료 본연의 맛과 영양을 살리는 전통 제조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충남 아산에서 4대에 걸쳐 80년간 이어져 온 새우젓의 전통 제조법을 지키며 새우젓을 비롯한 각종 전통 젓갈류 제조기술의 보존과 계승에 평생을 바쳐온 김정배 굴다리식품(굴다리영어조합법인) 대표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7월 해양수산부로부터 대한민국 수산전통식품명인 제5호로 지정됐다. 

대한민국 수산전통식품 명인 중 새우젓 분야 명인은 김 명인이 유일하다. 새우젓은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 젓갈로, 전남 신안, 인천 강화, 충남 강경, 광천 등 그 생산지와 집산지도 많고 그만큼 제조업체도 많다. 

하지만 김 명인이 정부가 공인한 유일한 새우젓 명인이라는 것은 그만큼 김 명인이 전통 제조기술을 가장 충실히 계승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명인이 운영하는 굴다리식품은 이미 지난 2004년 해양수산부로부터 국내 유일의 새우젓 부문 전통식품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김 명인이 아산시 신인동에 설립한 부지 1만 3200㎡ 규모의 새우젓 생산공장은 2014년 식약청으로부터 HACCP 인증도 받았다. 젓갈류는 부패가 쉬워 위생적으로 대량 제조, 가공, 유통하기가 쉽지 않은 음식이라는 점에서 HACCP 인증은 의미가 크다. 

나아가 김 명인은 공공 및 민간 연구기관과 대학 연구원들로부터 수시로 수산발효식품에 관한 조언을 요청받을 만큼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지식과 경험은 물론, 안전한 젓갈 제조 및 공급을 위한 투자, 전통기술 보존 및 계승에 대한 확고한 철학 등으로 김 명인은 지난해 정부가 인정하는 '명인' 반열에 오른 것이다. 

김 명인은 "각종 첨가물을 넣어 인위적으로 맛을 내는 새우젓이나 값싼 원재료를 쓰는 수입산이 범람하고 있다보니 외조부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 제조법과 젓갈 고유의 맛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커져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 김정배 대표(우)와 부인 고삼숙 대표

4대에 걸쳐 80년 이어져 온 전통 젓갈 제조기술 지켜 

새우젓은 김치, 삼겹살 등 우리가 먹는 음식에 가장 널리 활용되는 젓갈이다. 프로테아제, 리파아제 등 소화기능 강화 성분이 풍부한 새우젓은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하거나 명나라에 진공하기도 한 우수한 전통 발효식품이다. 

새우젓은 새우를 잡는 시기와 젓갈을 담그는 시기에 따라 새우의 생김새와 이름, 쓰임새가 다른데, 음력 5월에 잡히는 새우로 담그는 오젓, 음력 6월에 잡히는 새우로 담그는 육젓, 음력 8월에 잡히는 새우로 담그는 추젓, 그리고 봄철에 나는 새우로 담그는 춘젓과 겨울에 나는 새우로 담그는 동젓, 동백하젓, 그 외에 전남 남부지역에서 민물새우로 담그는 토하젓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충남 아산 지역은 아산만 간척 전 아산시 영인면에 형성되어 있는 백석포 포구에서 새우어획 등이 성행하였으며, 이러한 수산물을 장기보관이 가능한 젓갈류로 개발해 젓갈산업이 발전되어 왔다. 

김정배 명인의 외조부는 백석포에서 객주를 보며 젓갈 사업에 종사해 왔다. 김 명인의 선친은 젓갈 제조비법을 계승하는 한편 새우젓의 숙성과 부패방지를 위해 아산에 50m 길이의 토굴을 직접 만들어 새우젓을 보관하기도 했다. 

김 명인은 토굴을 이용한 전통적인 젓갈 발효방법을 발전시켜 지하 저온 발효실을 자체 제작하는 등 첨단 위생시설을 갖춘 생산시설 및 냉동창고 등 보관시설을 구축했다. 

또한 김 명인은 젓새우, 보리새우, 곤쟁이젓, 꽃새우 등 다양한 새우를 이용한 새우젓 제조 기술을 비롯해 옹기 등 다양한 발효 용기에 따른 제품의 차이, 발효 기간에 따른 맛의 차이 등 발효 공학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춰 관련분야 연구원들에게 자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공장 내에 실습실을 설립, 대학생 및 주부들이 현장실습 및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통해 후학 양성에 힘쓰는 것은 물론 국립 연구기관에서 국내산, 중국산 등 새우젓 원산지 판정에 관한 현장 강의를 통해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새우젓은 각종 새우의 특성은 물론 염분의 함량, 숙성 온도, 발효 기간 등에 대해 모두 꿰뚫고 있어야 다양한 새우젓을 각 특성에 맞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새우젓을 한번만 만져봐도 이 새우젓의 염분이 부족하거나 과하지는 않은지, 숙성이 충분히 됐는지 알 수 있지요. 그래서 지금도 새우 입고부터 모든 제조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김 명인은 본지와의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수시로 공장으로 들어오는 새우나 제조 장비들을 직접 살펴보고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김 명인은 신안, 목포, 강화에서 어획된 새우와 서해안 지역에서 나는 국내산 천일염을 구매해 적정한 수준의 식염 농도가 될 때까지 소금을 추가한다. 여기에는 오랜 기간동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소금에 염장된 이 새우를 전통 항아리 등 용기에 담아 토굴 및 저온숙성실에 보관해 발효시킨다. 11~15℃ 사이로 온도가 일정한 토굴은 새우젓을 숙성시키기에 적합한 장소다. 새우젓의 상태를 수시로 살펴보며 수개월간 숙성시킨 후 냉동창고로 옮겨 보관한다. 

이 과정은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김 명인은 이 과정을 일일이 직접 챙긴다. 

▲ 김정배 명인이 본사 공장 내 체험실습장에서 강의하는 모습

저염식 소비 트렌드 맞춰 소금함량 줄인 저염 새우젓 선보여 

김 명인은 요즈음 서해안에서 잡히는 새우의 어획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수년간 서해안 지역에는 별다른 태풍이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태풍은 강 하류의 민물과 바닷물을 뒤섞어 새우 등 어류에 유익한 영양분을 풍부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줄다보니 새우도 감소하는 것이지요."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외에도 각종 토목공사로 인한 갯벌 감소, 바닷 속 폐어구 등으로 인한 해양오염 등도 새우의 어획량 감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명인은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나는 국내산 새우를 고집하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는 김 명인은 국내산 새우 어획량의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각 거래처에 물량을 대기가 빠듯해 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국내산 새우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산 새우와 천일염만을 쓰고 일체 인공 첨가물 없이 소금만으로 염장하는 전통 제조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김 명인이 생산하는 새우젓은 고급 새우젓으로 신뢰를 얻어 유명 백화점 명품식품관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명인은 저염식을 선호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식생활 패턴의 변화에 대해서도 대처하고 있다. 부패방지 기능을 하는 소금 함량을 줄여 짠맛을 감소시키면서도 다른 첨가물 없이 온도와 습도 조절 만으로 맛과 신선도, 유통기간을 유지하는 것이다. 

"요즘은 짜게 먹지 않는 식습관이 확산돼 소금 함량을 낮춘 저염 새우젓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우젓은 소금 함량이 조금만 줄어도 새우가 물러지고 금방 부패해 유통기간이 짧아지는 어려움이 있지요. 그래서 첨가물 없이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새우젓을 살펴보면서 소금을 추가하는 타이밍과 소금 양, 숙성 시간과 온도 조절, 숙성실에서 냉동창고로 옮기는 타이밍 등을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 명인은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도 맞춰 소포장을 해도 맛과 유통기간이 유지되는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요즈음에는 예전처럼 젓갈을 큰 통으로 한통씩 사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소량씩 사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냉장고가 아무리 성능이 좋다 하도 바깥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보니 젓갈류는 쉽게 변질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먹을 양만큼만 덜어놓고 나머지는 냉동보관 하길 권하지요." 

김 명인은 새우젓 외에도 명란젓, 조개젓, 황석어젓, 갈치젓, 오징어젓, 낙지젓, 꼴뚜기젓, 밴댕이젓, 멍게젓 등 다양한 젓갈류 제조방법에 대한 전통기술을 전수받아 계승하고 있다.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은 모두 젓갈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00여 종에 가까운 젓갈이 있을 정도로 우리 선조들은 다양한 젓갈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극 소수의 젓갈류를 제외하고는 이 기술들이 점차 대부분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굴다리식품 공장 전경

가업 계승에 힘 되어 준 가족에 감사...후세에 전수 위해 집필 중 

김 명인은 영양분이 풍부한 해산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젓갈류야말로 보존 가치가 높은 우수한 전통식품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중국,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의 앤초비 등 서구에도 예로부터 젓갈 문화가 널리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전통 젓갈류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한식 세계화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김 명인의 두 자녀들이 아버지가 지켜온 가업을 계승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김 명인의 자녀들은 명문대에서 식품공학과 경영학 분야에서 공부한 뒤 유럽에서 유학 중이다. 대대로 전해 온 전통 제조 비법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고 세계인에게 통할 수 있는 식품과 식문화를 연구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전통 방식 그대로 젓갈을 만드는 일은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고된 일입니다. 그럼에도 두 자녀가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의 소중함을 알고 기꺼이 가업을 계승하겠다고 나서 주니 아버지로서는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지요." 

대학에서 근무하던 김 명인의 부인 역시 일찍부터 남편의 가업을 돕는데 헌신해 왔다. 김 명인은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부인이 남편을 따라 기꺼이 힘든 일에 뛰어들어 도와주고 있으니 저로서는 천군만마와 다를 바가 없지요. 항상 부인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김 명인은 이제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양한 전통 젓갈 제조 비법을 후세에 전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존의 젓갈류를 보존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젓갈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많은 연구원들과 학생들이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틈틈히 시간을 내 강연을 나가기도 하지만 방대한 전통 젓갈 제조비법을 모두 전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제가 전수받은 모든 지식과 경험, 제가 공부한 새로운 지식들을 후세에 전수하기 위해 집필 중입니다." 현재는 자료 수집 단계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상태다. 조만간 자료가 모두 정리되고 나면 집필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 명인은 수산전통식품의 명인은 우수한 전통의 계승자는 물론 한식의 세계화와 수출의 역군이 될 수 있다며 명인 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다양한 육성 및 지원 방안이 강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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