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보복에 '쓴맛' 본 화장품, 내년에 반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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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보복에 '쓴맛' 본 화장품, 내년에 반등할까
  • 이해나 기자
  • 승인 2017.12.28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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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해나 기자] 2017년은 이전까지 K-뷰티를 전 세계에 알리며 승승장구했던 국내 화장품업계가 쓴맛을 본 한해였다.

지난해까지 중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대박'을 터뜨렸던 국내 화장품업계는 올해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보복으로 뒷걸음질 쳤다.'

◇ 올해 국내 화장품업계 '울상'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온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뒷걸음질쳤고, 2분기에는 반 토막이 났다.

올해 3분기 때는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39.7%(1천324억원) 감소했고, 매출은 1조4천187억원으로 14.2% 줄었다.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온 LG생활건강도 사드보복 여파에 2분기 매출이 소폭 줄었다.

다만 LG생활건강은 포트폴리오에서 화장품사업 비중이 낮아 아모레퍼시픽보다 좀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2천52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매출액은 1조6천88억원으로 2.9% 늘었다.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앤씨,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 등 중소기업 브랜드들도 사드 직격타를 맞아 고전했다.

화장품 제조업체도 부진했다.

코스맥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한국콜마는 155억원으로 1.2% 감소했다.

◇ 아모레, 세번째 용산시대…미샤·카버코리아, 주인 바뀌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세 번째 '용산 시대'를 열었다.

1945년 개성에서 창업한 고(故)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은 1956년 현재 본사 부지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사업의 기틀을 세웠다.

이후 사업 확장으로 1976년 10층 규모의 신관을 세웠던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1월 같은 장소에 달항아리 백자를 본뜬 새로운 본사를 건립했다.

미샤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서영필 회장은 올해 4월 투자회사 비너스원에 1천882억원 규모 보유 주식을 양도했다.

업계에서는 지분 매각의 배경으로 화장품 로드숍 경쟁 심화와 매출 정체 등을 거론했다.

수장이 바뀐 에이블씨엔씨는 내년부터 2019년까지 총 2천289억원을 투자해 미샤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스킨케어브랜드 'AHC'로 유명한 국내 화장품 업체 '카버코리아'는 9월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에 22억7천만유로(약 3조576억원)에 인수됐다.

국내 화장품업체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 사진=중국 사드 보복에 한가해진 화장품 매장.(연합뉴스 제공)

◇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점유율 확대

올 한해 화장품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올리브영, GS왓슨스, 롭스 등 H&B스토어는 꾸준히 성장하며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 가고 있다.

H&B스토어는 의약품,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생활용품 등을 한 곳에서 파는 외국 드러그스토어의 국내 버전으로, 드러그스토어의 미용·건강부문이 강화됐다.

H&B스토어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2.5% 성장해 올해 시장 규모 2조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표 H&B스토어 브랜드인 올리브영은 매출액이 2012년 3천85억원에서 지난해 1조1천270억원까지 뛰었다.

매장 수도 2012년 270개에서 올해 상반기 850개로 3배가 넘게 늘었다.

H&B스토어의 강점은 다양한 제품을 브랜드와 상관없이 한 자리에서 자유롭게 체험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것이 특징인 만큼 국내외 약 600여개의 브랜드를 취급하는 등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반면 자사 제품만 모아 판매하는 브랜드 로드샵들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더페이스샵,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 주요 브랜드 로드샵들은 최근 몇년간 수가 지속적으로 늘었으나, 올해는 일부 감소했다.

◇ 동남아·미국·유럽 신시장 개척

유통업계는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업체들이 판로 다변화를 꾀하면서 내년에는 화장품 브랜드와 제조업체 모두 이전의 성장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신제품 출시, 현지화 전략 등 중국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재개했고, 최근 실적은 회복세로 돌아섰다.

화장품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에 베트남 등 동남아와 미국,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오히려 K-뷰티 경쟁력 강화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제24차 세계화장품학회 콘퍼런스(IFSCC 2017 Seoul)에 세계 각국의 관계자 1천명 이상이 참석했을 정도로 한국 화장품과 그 기술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고무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부진과 관련해 한중 관계 변화 등 외부 이슈 때문만이 아니라 국내외 장기적인 경기 침체, 화장품 산업 내 경쟁 심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어서 자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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