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도깨비' 되살아날까…에밀레 박물관 복원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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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도깨비' 되살아날까…에밀레 박물관 복원 움직임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8.05.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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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글판 김영목 기자]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 산기슭에는 에밀레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널찍한 사설 전시관이 있다.

민속연구가 조자용(趙子庸·2000년 타개)씨가 1967년 서울 화곡동에 건립했다가 1983년 이곳에 옮겨 세운 것으로 국내 최대 민화 전시관이자 도깨비 관련 조각과 소품 등을 보관하던 곳이다.

희귀 귀면와(鬼面瓦·도깨비 얼굴을 새겨넣은 기와)와 사료적 가치가 높은 호랑이 민화도 제법 있다.

1만1천㎡의 널찍한 전통 한옥 형태의 전시관을 중심으로 연못, 숙소 등이 들어서 한때 도깨비 체험객을 받기도 했으나, 조씨 타개 이후 방치되면서 지금은 흉물이 되다시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년 전 원인 모를 화재로 건물 일부가 소실됐고, 전시품과 조씨 유품 일부도 수해 등에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물관 소유권도 아직도 조씨 명의다. 유일한 혈육인 딸(65)이 오래전 미국에 건너간 뒤 나타나지 않아서다.

보다 못한 친인척과 민속학계는 시간이 갈수록 폐허로 변해가는 박물관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최근 복원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몇 달 동안 무너진 시설을 정리하고, 수장고 등에 남아있던 민화 등을 수습해 전시공간을 복원했다.   

이들은 이달 26일 마침내 박물관 안에서 '조씨의 삶과 민속세계'를 조명하는 포럼과 기념음악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 사진=한옥으로 된 전시관.(연합뉴스 제공)

'왕도깨비의 부활'이라고 이름 붙인 음악회에는 피아니스트 리카C, 거문고 연주가 김규리 씨 등이 출연하고, 조자용 회고 영상쇼도 함께 펼쳐진다.

그의 유품과 수습한 민화 등을 볼 수 있는 전시회를 비롯해 '호랑이와 까치' 주제의 조각전도 준비된다.

조씨의 외손자뻘로, 축제 기획자이면서 법적 재산관리인으로 지정된 이만동(61)씨는 "이번 행사가 조자용과 에밀레박물관을 세상에 알리고, 복원을 위한 첫걸음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는 "박물관에는 아직도 많은 민화와 도깨비 조각 등이 남아 있다"며 "박물관을 되살려 속리산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우뚝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구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건축 전문가다. 귀국 후 민화에 매료돼 학회를 설립해 도깨비, 삼신사상 연구 등에 나섰고, 박물관 운동도 벌이면서 우리나라 민속학 발전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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