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는 誤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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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는 誤譯이다
  • 이경식 기자
  • 승인 2015.03.17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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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피아’와 ‘그린피아’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표현

[코리아포스트=이경식 기자]     영어로 'Believe it or not' 이란 말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믿거나 말거나'라고 직역을 하고 있다. 직역은 곧 오역이란 말이 있다. 맞는 말 이다. 그것은 오역이다.
'Believe it or not' 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란 뜻의 일종의 부사구 같은 것이며 간투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
굳이 그 말 즉 '믿거나 말거나'라는 표현을 쓰자면 '믿거나 말거나 간에'라고 하면 뜻은 그런대로 통할 것 같다.

영어를 잘못 쓰고 있는 예는 그 외에도 허다하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슨무슨 ‘피아’(pia)라는 외래어의 합성어가 있다. 예를 들면 ‘그린피아’ (Greenpia), ‘게임피아’(Gamepia), ‘템피아’ (Tempia), ‘콘도피아’(Condopia)와 같은 단어들이 있고, 또 ‘기술천국’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 진 듯한 ‘테크노피아’(Technopia)라는 합성어도 있었다.
최근에는 공사피아, 제모피아, 설악워터피아, 위그피아, 에어피아, 허벌라이프피아, 티겟피아 등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테크노피아(Tecchnopia)의 경우, ‘Technology’(기술)에서 ‘Techno’를 그리고 ‘Utopia’(이상향)에서 ‘pia’를 발췌해서 합성한 것 같고 또 그외의 합성어도 같은 방법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의 예의 경우 모두 잘못 합성된 것이다.
영국의 인문주의자 Thomas More경(卿)이 1516년에 만든 ‘Utopia’란 단어는 실은 그리스말의 ‘Ou’(없다는 뜻)와 ‘top’(땅 또는 장소)과 그리고 ‘ia’(접미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 ‘기술천국’은 ‘ Technopia’가 아니라 ‘Technotopia’라야 맞다. ‘그린피아’(Greenpia)도 마찬가지로 ‘Greentopia’ 라야 맞고 ‘Tempia’도 ‘Temtopia’로 그리고 나머지 합성어도 전부 ‘pia’ 대신 ‘Topia’를 사용하여 합성어를 만들어야 맞다.
물론 제대로 한곳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한국전력의 ‘Electrotopia’ 등.

요사이 여러 기업과 기관의 인터넷이나 브로셔의 영문판을 보면 그 기업이나 기관은 꽤 명성이 있어 보이는데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영문홍보물은 상상외로 그 질이 낮다. 국문은 모르고 영문만을 보는 외국인은 그 영문 소개글의 질을 보고 그 기업이나 기관의 수준을 가늠하려는 경향이 많이 있다. 그러한 수준 낮은 영문 홍보물은 호랑이를 고양이로 독수리를 병아리로 만드는 경우가 많이 있다.
누군가 하루 속히 바로 잡아 주어야 하는 데 무슨 이유에서 인지교정은 잘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GIGO? 이건 또 무슨 뜻?
이런 경우도 있다.
“그거 뭐 초벌 번역 아무나 하면 어때? 뜻만 비슷하게 통하면 되지. 원어민에게 감수 받으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원어민에게 감수를 잘 받아봐도 문장이 영 신통치가 않다. 내용도 정확한 것 같지도 않고 뜻도 알쏭달쏭하다.
이럴 때 감수하는 원어민이 하는 말이 있다. 곧 GIGO다. GIGO는 “Garbage in, garbage out”의 약자로 ‘쓰레기를 (세탁기)에 넣어 봤자, 쓰레기는 쓰레기”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행주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과 같다.
비용이 좀 들더라고 완벽하게 번역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연 매출이 몇兆원이 넘고 엄청난 이익을 보고 직원 연봉이 1억이 넘는 회사의 영문 홍보물을 보면 가끔 GIGO가 눈에 띈다. 왜일까? 한번담당자에게 물어 봐야 겠다.

이경식(전 코리아헤럴드 문화부장, 1973년도 한국일보/코리아타임즈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 현코리아포스트 미디어그룹*발행인 겸 회장). 국문: www.koreapost.co.kr. 영문: www.koreapost.com, 메일:korpost@chol.co.kr. 또는 edt@koreapost.com.Tel 2298-1740/2, 1745/6, Mobile 010-5201-1740, Fax 2298-9506. *코리아포스트는 1985년에 설립 금년에 창사 30주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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