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이어 대출 한도축소·금리인상…대출시장 얼어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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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연이어 대출 한도축소·금리인상…대출시장 얼어붙어
  • 박영심 기자
  • 승인 2021.08.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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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출처:뉴스1)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박영심 기자] 주요 은행의 대출중단에 이어 한도축소, 금리인상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대출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당장 급전이 필요하거나 주택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제한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자금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을 조언한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모두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권고를 받아들여 신용대출한도를 '연소득 범위 이내'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주 가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9월 중 시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9월 중 모든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연소득 이하로 줄인다. 구체적인 적용 일자는 추후 밝히기로 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조만간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낮추는 규제에 들어간다.

통상 은행권 신용대출은 연소득의 1.2~2배까지 허용돼 왔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가계부채 급증세가 지속되자 지난 13일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00% 이하로 낮출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2금융권에도 대출한도를 줄일 것을 지시한 상태다.

5대 은행 중에선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NH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지난 24일부터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로 줄였다. 하나은행도 27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최대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갑작스러운 대출제한 소식에 서민·실수요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사채시장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냐', '당장 이사 때문에 추가 대출이 필요한데 갑자기 한도를 줄여버리면 어떻게 하나' 등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도 본격적인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99%로 6월(2.92%)보다 0.07%포인트(p) 오르며 3%에 육박했다. 2019년 10월(3.01%) 이후 1년9개월만에 최고 기록이다.

종류별로는 주담대 금리가 연 2.81%로 한 달 새 0.07%p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3.75%에서 연 3.89%로 0.14%p 올라 2019년 11월(3.90%) 이후 1년8개월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우대금리를 낮추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또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코픽스, 은행채 등 지표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했다. 지난주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마저 커진 만큼 향후 대출금리 인상 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대출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NH농협은행발(發) 주담대 중단사태에 따른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대출금리를 높인 은행도 등장해 추후 대출중단이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주담대 상품인 '우리아파트론'과 '우리부동산론'의 우대금리 최대한도를 각각 0.3%p씩 축소하고, 우대금리 항목 중 급여·연금 이체 항목의 우대율을 0.2%p에서 0.1%p로 줄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소진율이 최근 급격히 늘어 3분기 목표치에 다다르자 4분기 한도를 끌어왔으나 증가세가 지속되자 결국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은행권에선 NH농협은행의 주담대 취급 중단 이후 대출수요가 우리은행 등 타행으로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수요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경우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축소하고, 그래도 안 되면 단계적으로 대출을 제한할 계획이어서 대출중단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연 5~6%)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융권에 압박을 가하는 만큼, 대출시장 한파는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대출규모를 줄이고 당분간은 자금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