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외교시장은?] 미국, 재택근무 찬반 논의 ...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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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외교시장은?] 미국, 재택근무 찬반 논의 ... 해법은?
  • 이해나 기자
  • 승인 2024.03.23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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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생산성을 두고 경영자와 근로자 간 인식 격차
업종, 연령, 소득 수준에 따라 재택근무 수혜의 불평등 발생
재택-출퇴근 장점을 살리는 ‘조직된 하이브리드’ 근무제 각광

 미국은 공무원뿐 아니라, 올해 들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민간 기업들이 부쩍 늘었다. JP모건, 보잉, IBM이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무실 근무 명령을 내렸고, 얼마 전 대표적 물류기업 UPS도 그 대열에 동참했다. 

팬데믹이 종료된 지금까지 많은 미국 기업이 원격근무제를 유지해 온 것은 기존 직원들의 퇴사를 막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함이 컸다. 하지만 최근들어 고용시장 과열이 진정되고, 일부 대기업들이 감원을 발표하는 등 점차 직원의 사무실 복귀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는 추세다.

여전히 많은 미국 기업은 일정 수준의 재택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 중 82%가 완전 또는 부분적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 직장인들은 근무 시간 평균 30%를 원격으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퇴근제만을 고집하는 기업의 비중은 작년 초 49%에서 올해 38%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재택근무가 기존 ‘주 5일, 9 to 5’ 시스템을 밀어내고 대세가 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의 기대가 완전히 현실화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재택근무 생산성 논란

23일 KOTRA 이정민 미국 워싱턴무역관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재택근무의 생산성을 두고 경영자와 직원 사이에 좁히기 힘든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노동자의 87%가 원격 재택 근무제를 통해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던 반면, 경영자의 12%만이 재택근무 시 생산성을 우수하게 평가했다. 

이런 인식 차이는 일반적으로 재택근무자는 통근 시간 절약을 생산성 향상으로 인식하지만, 경영자는 이를 생산성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최근 관리자급 직원에 사무실 복귀를 지시한 IBM CEO는 △직원 간 소통 및 협력 부진 △프로젝트 관리 애로 △초급 직원 업무능력 저하 △직종 간 불평등 등을 재택근무의 문제점으로 보고, 향후 진급 등에서 재택근무자가 불이익을 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년 한 해 재택근무와 생산성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여러 건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작년 6월 ConnectSolution의 설문조사에서 재택근무자 중 77%는 원격 근무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에 비해 더 생산적이라고 답했고, 시카고대학 조사는 평균 재택근무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에 비해 7% 이상 높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조사는 재택근무 결과 직원들의 생산성이 8~19% 하락했다고 보고했으며, 심지어 24%에 달하는 생산성 손실을 분석한 조사도 있다.

연방준비제도 샌프란시스코은행은 올해 1월 보고서에서 재택근무와 노동 생산성(시간당 GDP 성장)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미국 내 생산성이 급등해 재택근무의 효율성이 반짝 주목받았으나, 이후 생산성은 다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등 장기적 긍․부정 효과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재택근무 혜택의 불평등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직후 60%를 상회했던 미국 전체 업계 평균 재택근무 시간이 현재는 약 29% 수준에서 안정화되고 있다. 

이는 2019년 팬데믹 이전 재택근무 시간보다 무려 5배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에서 재택근무 급증세에도 불구하고, 많은 근로자는 이러한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탠퍼드대학의 니콜라스 블룸(Nocholas Bloom) 교수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59%가 주 5일 완전 출근제에 매여있고,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혼합(하이브리드) 근무 비중은 39%, 완전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근로자는 12%에 불과하다. 

또한, 재택근무가 고소득 직종, 30~40대 세대에서 가장 널리 이뤄지고 있으며, 업종별로는 IT, 금융, 전문․연구직 등 분야 위주로 활성화되는 경향이다. 반면, 연 소득 5만 달러 이하, 50대 이상, 저학력자, 숙박․요식업, 도소매, 제조업 등에서 재택 근무율은 저조하다.

#재택과 출퇴근의 절충점을 찾아라.

사무실 근무를 독려하는 경영자조차도 재택근무의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하지 않는다. 물론 근로자도 사무실 근무의 장점을 인정하고 있다. 

직원 설문조사 결과 출퇴근 근무의 장점으로 △직원 간 교류(62.0%) △효율적 대면 협력(54.4%) △업무과 개인 시간의 명확한 구분(42.7%) △근무 환경 및 장비의 우수성(35.9%) △상사와 접촉 기회(29.9) 등을 꼽았다. 

따라서, 유수의 미국 기업들은 재택과 출퇴근 근무 각각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되 단점은 보완하는 '조정된 복합(Coordinated Hybrid)' 근무 형태를 적극 채택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일괄적으로 근무 형태 및 일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팀 단위에서 탄력적으로 팀원의 재택 근무 스케쥴과 업무 성과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블룸 교수는 경영자는 ⑴ 직원 만족도, ⑵ 생산성, ⑶ 사무실 임대비용, ⑷ 인재 육성 등 4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함으로써, 개별 기업의 특성에 맞는 하이브리드 근무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종업원들은 재택근무 시행에 따른 출퇴근 수고 절감, 삶의 질 개선을 전제로 일정 수준의 급여 축소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주당 2~3일의 재택근무가 허용되면, 기존 봉급의 약 8% 삭감도 감내할 수 있으며, 테크 업계에서는 11% 이상 급여 축소도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한편, 주 2~3일 하이브리드 근무제 채택 시 전일 출근제에 비해 직원 퇴사 비율이 35% 이상 감소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인건비 인하뿐만 아니라 퇴직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근무제가 경영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완전 재택근무 시 직원 생산성에서 평균 10%가량 손실이 발생하는 반면에, 하이브리드 근무의 경우 뚜렷한 생산성 저하가 목격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일 재택근무의 문제로 지적됐던 팀원 간의 협력 부진, 프로젝트 관리 저하, 직무교육 문제 등이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통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 전문가는 “팬데믹으로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재택근무의 물꼬가 트였고, 물길을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라고 밝혔다. “많은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합당화할 논리를 제시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재택근무를 두고 노사 간, 세대 간 갈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으로 조정된 하이브리드’ 근무제 도입이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경영자는 새로운 근태 관리, 업적 평가 체계, 교육 제도, 비대면 업무 시스템 등 마련을 통해 장기적인 근무 환경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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