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김백상 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눈앞에 둔 서울성곽(한양도성)의 한국전쟁 중 모습이 당시 참전한 미군 병사의 렌즈에서 뒤늦게 확인됐다. 전쟁통인데도 남산자락에 건재하게 서 있는 성곽의 모습과 잔잔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미8군 제3철도수송단에서 상병으로 근무한 듀이 맥린(Dewey McLean, 82) 박사는 12일 연합뉴스에 1952년에 찍은 한양도성 사진 5장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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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텍에서 세계적 지질학자로 이름을 남긴 맥린 박사는 참전 당시 캐논의 1949년 IIB(Version 1) 카메라로 250장의 한국 풍경·인물 컬러사진을 남겼으며 그 중 일부는 최근 소개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도 사료로 확보했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첫 번째 사진은 당시 5년제였던 용산중학교 운동장 옆 언덕 위에서 남산 정상을 보고 찍은 사진으로 산의 왼쪽 등줄기로부터 정상까지 성곽이 선명하게 보인다.
운동장에 외롭게 선 축구 골대도 인상적이며 왼쪽 주택들은 후암동, 오른쪽은 해방촌이다. 두 번째 사진도 비슷한 위치에서 찍은 것으로, 황량한 겨울 풍경과 성조기 뒤로 산등성이를 따라 줄지은 성곽의 모습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OLD GLORY, 3rd TMRS HEADQUARTERS COMPOUND, YONGSAN
세 번째 사진은 지금은 사라진 일제 조선신궁 남쪽에서 남산을 향해 찍은 것으로, 허물어진 데 없이 제자리를 지킨 성곽의 모습이 좀 더 크게 확인된다.
네 번째 사진은 회현자락에서 본 성곽의 모습이다. 마지막 사진은 조선신궁 바로 위 성곽에서 포즈를 취한 맥린 박사의 모습인데, 뒤편에 무너짐 없이 빼곡하게 쌓인 성곽의 돌들이 인상적이다.
사진들을 찍은 맥린 박사도 사진을 찍은 후 60여 년이 지난 최근까지 사진에 보이는 성곽이 한양도성이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맥린 박사는 재미 민간사학자 유광언씨로부터 사진에 한양도성이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수일 작업 끝에 오래된 사진들을 어렵게 확대하는 데 성공, 한양도성의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 차례 뇌수술 후 회복 중인 맥린 박사는 "다시 한국을 찾을 수 있다면 남산에 올라 현대의 서울을 보며 머릿속 옛 모습과 비교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유씨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