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한국 알리는 중국인 대학생 "내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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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한국 알리는 중국인 대학생 "내가 대한민국!"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6.01.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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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크 특강 나선 '한국 문화관광 외교대사' 우송대 유학생 양개라 씨

[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미래는 여러분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소강의실. 제주도를 비롯해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 대전 등지에서 이곳을 찾은 고등학생과 대학생 90여 명이 한 청년의 발표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 청년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알리는 데 앞장서는 중국인 양개라(梁愷邏·23) 씨다. 그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양 씨는 지난해 여름방학 때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한국 문화관광 외교대사' 자격으로 대만을 방문해 현지인들에게 한국을 홍보했다.

그는 이날 '제3기 청년 공공외교대사'가 되겠다고 전국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청소년들에게 대만에서의 한국 홍보 사례를 발표했다.

공공외교대사는 반크와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양성한다.

외교대사들은 각국의 교과서, 백과사전, 지도, 주요 웹사이트 등에서 잘못된 표기와 기술을 찾아낸 뒤 저자, 출판사, 제작사, 운영자 등에게 관련 자료와 함께 편지를 보내 시정을 촉구하는 한편 국내 외국인 관광객 등에게도 한국을 바로 알리는 역할을 한다.

현재 반크 회원으로 활동하는 양 씨는 "한국 청년들이 '나랏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라고 여기고 자기 일만 챙기는 경우를 봤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그래도 공공외교대사가 되겠다고 반크의 문을 두드린 청소년들을 보면 분명히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름답고 밝을 것"이라는 견해를 펼쳤다.

양 씨는 왜 한국을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을까?

중국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시에서 태어난 한족인 양 씨는 중학교 때 4차례나 수술을 받을 정도로 심한 피부병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우울증도 앓았다. 어느 날 스자좡의 한 태권도장에 이끌리듯 들어가 태권도를 배우는 훈련생들을 보고 도장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태권도를 하면서 피부병도 나았고, 우울증도 사라졌어요. 자연스럽게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됐죠. 특히 한국사에 흥미를 품었어요. 고조선에서 현대사까지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역사책을 구입해 읽고, 신문 자료를 통해 배웠죠."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늘 동경하던 한국 땅을 밟았다. 2011년 9월 처음으로 방한했다.

외동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 유학길에 올랐던 것. 복잡하고, 왠지 차가울 것만 같은 수도 서울보다는 바다가 있는 부산을 선택했다. 본격적인 전공 공부에 앞서 부산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1년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마치고, 2013년 대전 소재 우송대 자산관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그는 한국의 유명 관광지를 혼자 여행했다. 한국인도 가보지 못한 곳도 많이 다녔다. 특히 그의 기억 속에는 경주가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남아 있다.

"삼국 가운데 신라가 가장 약했는데, 삼국통일을 이뤘어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죠. 그 천년 고도를 여행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고, 더 아름답게 볼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한국을 여행한 경험은 반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알리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반크가 양성한 '글로벌 한국 문화관광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한국 친구로부터 반크를 알게 된 그는 박기태 단장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중국인, 내가 만나는 너는 한국인. 이렇게 서로 구별 짓고 살았죠. 그런데 박 단장의 강의를 듣고 '우리는 모두 지구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한국에 살면 누가 됐든 한국을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대한민국이죠."

박 단장이 공무원이나 정치인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한국 알리기에 나서는 것을 보고 감동 받은 그는 곧바로 반크에 가입했다. 또 친구처럼 '글로벌 한국 문화관광 홍보대사'가 됐다.

지난해 여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대만을 방문했다. 반크가 제공한 홍보자료와 함께 유명 제과점 성심당에서 과자를 구입했다. 방문 당시 중국 밸런타인데이 격인 칠석(7월 7일)이었기에 장미꽃도 사 길거리에서 나눠주며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홍보했다.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본 대만 젊은이들은 양 씨가 중국어로 한국을 홍보하자 신기해하면서도 쉽게 이해해 줬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 다니면서 자원봉사도 많이 했다. 양로원을 찾아가 발마사지 등을 하며 노인들을 위로하는가 하면 대전시청이 주관하는 벼룩시장에 참여해 청소와 뒷정리를 돕기도 했고 대전 다문화센터의 각종 행사를 지원했다.

올여름에 졸업할 예정인 그는 아르바이트와 인턴을 해 학자금을 마련한 뒤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외아들이니 효도를 하려면 중국으로 돌아가긴 해야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자께서 '많은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걸어라'라고 말씀했는데, 저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문화를 배우고, 뭔가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어요. 나중에 중국에 가면 한국과 중국을 알리는 일을 할 겁니다. 한국과 중국 간에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죠. 이를 해결하는 데도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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