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신감정 받는 신격호…'사리분별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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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신감정 받는 신격호…'사리분별력'이 관건
  • 황명환 기자
  • 승인 2016.02.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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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황명환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법원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해 진술했지만 오히려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된 가운데 "판단 능력이 50대 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는 신 총괄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에 따른 판단은 결국 정신감정 결과 등에 따라 내려질 전망이다.

◇ 신격호 성년후견 개시 기준은 '사리분별력'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결국 성년후견 개시는 신 총괄회장의 사리분별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민법은 '질병, 장애, 노령, 그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성년후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여기서 정신적 제약이란 치매, 발달장애, 정신분열, 지능장애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그 정신적 제약의 정도가 사무처리 능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족의 이름이나 거처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든지, 통상적인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을 혼자서 전혀 할 수 없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성년후견 개시 기준은 사리분별력"이라며 "본인 심문 내용과 정신감정 결과, 가족들의 진술, 정황 증거 등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재판부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신 총괄회장이 만 94세의 고령이어서 귀가 어두워지고 말이 느려지는 등 자연적인 노화의 징후와, 단순한 노화의 수준을 넘어선 정신적 제약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자연적인 노령의 증상이라 하더라도 그 상태로는 의사결정 능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 성년후견이 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일 첫 심리에서 판사의 심문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답변 내용을 두고도 '문제가 없다'는 쪽과 '사리분별능력이 없다'는 쪽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신감정 절차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신감정은 보통 신경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행하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신경외과 등 다른 의사가 진행할 수도 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한 후견인 대상자 등으로부터 의견을 받아 다음 달 9일 정신감정 방법과 시기, 기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은 이후 감정 결과가 나오면 본인 심문 내용, 가족 진술 등을 반영해 성년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년후견 개시가 결정되면 누가 성년후견인이 될지도 법원이 선임하게 된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어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장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정신상태 정상 아니다" vs "94세 나이 고려하면 양호"

양측은 3일 첫 심리에서의 신 총괄회장의 진술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지만, 정신감정 절차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성년후견인 지정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혀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신정숙 씨 법률대리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는 일상 사무능력을 기준으로 본다"며 "처음부터 신 총괄회장의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신청한 것이고 법정에서 직접 보니 실제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 씨는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어 성년후견인 제도가 필요하다며 심판을 청구했다.

신정숙 씨와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대한 정확한 감정을 위해서는 입원 등을 통한 장기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신정숙 씨 측은 이번 심판 청구 목적이 성년후견인 지정 자체보다는 신 총괄회장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휘둘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성년후견인 관련 사건의 전형적인 형태가 가족 중 한 명이 부모를 통제고 다른 가족의 접촉을 차단해 재산분쟁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신 총괄회장과 다른 가족의 접촉을 막으면서 그의 뜻이라고 하는 이번 건도 그런 경우여서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노령이지만 정신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 총괄회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의 상태에 대해 "94세 노인의 판단력이 50대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 그 정도 나이 다른 노인들에 비해서는 낫다고 보는 것"이라며 "노령에 따라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다면 90세나 100세 노인은 모두 다 성년후견을 해야만 하느냐"고 반문했다.

정신감정 절차에 대해서는 "결국은 의사의 감정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며 "감정 방식 등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의사의 의견이 필요하며 그런 점들을 종합해서 재판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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