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14년만에 최저치 찍고 10% 반등…경기회복 신호탄되나
상태바
원자재값 14년만에 최저치 찍고 10% 반등…경기회복 신호탄되나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3.09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리 15%↑ 원유 45%↑ 철광석 70%↑…상승세 지속할지는 '불투명'

[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세계 경기를 가늠하는 구리 가격이 2009년 이후 최저치에서 20% 가까이 반등해 주목된다.  철강 가격은 중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에 최근 저점 대비 70% 반등했다.

9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원유, 구리 등 글로벌 주요 19개 원자재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CRB지수는 171.70로 최근 저점 대비 10.76% 올랐다.  최근 저점은 지난달 11일의 155.01이었다. 이는 2002년 3월 이후 14년래 최저치에 해당했다.

◇ 유가 올 저점 대비 40% 이상 급등…브렌트유 배럴당 40달러선 회복

유가는 올해 저점 대비 40% 이상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7일 기준 배럴당 37.90달러로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40.84달러로 작년 12월 4일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WTI 가격은 2월 저점 대비 44.6%, 브렌트유는 1월 저점 대비 46% 상승했다.

거제 조선소에 정박한 석유시추 설비인 드릴십

유가 반등은 산유량 동결에 동참할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 소식이 맞물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4월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의 생산량은 전월 대비 10만6천 배럴 감소한 하루 487만1천 배럴로 전망됐다.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채굴장비 수는 1천761개로 2002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2월에만 130개가 줄어든 것으로 그만큼 원유업체들이 설비 가동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오는 20일께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들의 회동을 앞두고 미국의 산유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만약 대다수 산유국이 유가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데 합의한다면 공급 과잉 우려는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경기 가늠자' 구리 가격도 반등세 뚜렷…중국 2월 구리 수입 50% 늘어

구리 가격도 4개월래 최고치를 찍으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구리는 스마트폰에서 자동차까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자재라는 점 때문에 종종 세계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돼왔다. 특히 구리 가격은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중국의 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구리 가격 반등은 중국 경기에 대한 회복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은 7일 기준 t당 5천달러를 기록해 1월 저점(4천331달러)보다 15%가량 올랐다. 지난 1월 구리가는 2009년 4월 말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었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가격도 파운드당 2.284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1월 15일 기록한 저점인 1.95달러에서 16.9% 오른 것이다.

최근 런던의 구리 재고가 줄고 있다는 소식과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가 급반등 배경으로 꼽힌다. 구리 선물 투자자들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강세 전망으로 돌아섰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일로 끝난 한 주간 투자자들의 구리 선물ㆍ옵션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은 5천957계약으로 전주의 2천95계약 순매도에서 4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됐다.

LME의 구리 재고는 올해 들어 21% 줄어든 18만6천700t을 나타냈다. 이는 2015년 1월 이후 최저치이다.  중국의 구리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 8일 중국의 2월 구리 수입량이 42만t으로 전월보다 4.5%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같은 달의 28만t에 비해서는 50%가량 증가한 것이다.

◇ 철광석 가격은 석달 만에 70% 뛰어…중국 양회 효과에 주목

철광석 가격은 중국 양회(兩會)에 따른 경기 부양 기대감에 최근 급등세다. 중국 당국이 성장 촉진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스틸인덱스가 제공하는 철광석가는 지난 7일 62.60달러로 9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작년 12월 11일 기록한 저점인 37달러에 비해선 7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도 여전히 강한 모습이다. 8일 해관총서가 발표된 중국의 2월 철광석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7천361만t을 나타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소비국인 중국의 1~2월 철광석 수입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난 1억5천580만 톤을 기록했다.  철광석은 건설 부문의 주요 자재인 철강의 원재료라는 점에서 중국의 인프라 투자 증가는 철광석 가격에 호조다.

◇ 반짝 상승? vs 장기 침체 탈출 신호?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장기간의 침체 터널을 거쳐 상승 국면에 진입했지만, 상승세가 지속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 등을 시사할 경우 달러 강세를 촉발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달러 강세는 원자재 가격에 부정적이다. 구리의 경우 한 달 반 만에 15% 뛰면서 t당 5천 달러 선까지 올라섰지만, 1년 뒤에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되돌림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중국과 신흥시장에서의 부채 축소 움직임과 달러 강세 현상으로 구리 가격이 1년 뒤에는 t당 4천 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들은 최근 나타난 철광석 가격 폭등세도 그야말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씨티그룹은 철광석의 수요와 공급의 기초여건이 여전히 어둡다고 진단했다. 이를 반영하듯 철광석 가격의 급등세에도 관련 기업의 주가는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8일 세계 2위 철광석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의 주가는 장중 3.5% 하락했으며, 호주 최대 광산업체인 BHP 빌리턴 주가도 2.1% 내렸다.

국제유가 역시 원유 재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다시 2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포브스 등 외신들은 경고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팀장은 "국제유가가 아직 터닝포인트에 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위험요소가 많이 남아 있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얘기하면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