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 한글판 한승호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삼성SDI가 추가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4천973억원에 이르는 대량 대기매물 우려로 한 주간 크게 하락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두 차례 전원회의를 거쳐 2015년 12월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하는 것을 막고자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던 삼성SDI에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팔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공정위가 내린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게 이번에 내려진 해석의 골자다.
당시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이므로 삼성SDI가 합병으로 보유하게 된 삼성물산 주식 904만주를 모두 매각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삼성SDI는 당시 500만주를 매도했으나, 바뀐 해석에 따라 남은 404만 주도 팔아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대량 매물이 시장에 풀릴 거라는 우려 속에 삼성물산은 이번 한 주 동안 5.75% 하락했다. 최근 7주 연속 하락세다.
공정위가 이런 결과를 발표한 21일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는 삼성전자[005930](-3.42%), 삼성에스디에스[018260](-4.61%), 삼성SDI(-4.27%) 등이 함께 하락하면서 불안감이 시장 전체로 확산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충격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수급 이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삼성물산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큰 폭 할인 없이 대부분 물량을 넘기거나,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내부에서 물량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충격이 적은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그는 "400만주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등 형식으로 시장에 풀리면 할인율에 따라 주가가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며칠 안에 모두 회복할 것"이라며 "400만주 정도면 전체 주식 수로 따지면 많지 않아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이미 삼성물산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추가 처분으로 주가가 많이 내려가거나 지배력이 취약해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그룹이나 우호적 투자자에게 넘기는 데 성공할 경우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재 주가는 워낙 실적이나 자산 가치에 비해서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