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가치 12년만에 최저치인데…유럽산 차값은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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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가치 12년만에 최저치인데…유럽산 차값은 요지부동
  • 정택근 기자
  • 승인 2015.03.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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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체 "환율 변동 차값에 즉각 반영하면 시장 혼란"

국내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 독일 자동차업체의 해치백 모델을 다음 차로 점찍어놓고 몇 년 전부터 구입 시기를 저울질해온 회사원 J씨(35. 경기도)는 조만간 이 차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지금이 차를 사는 데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J씨는 하지만 딜러사를 통해 차값을 알아보고는 분통을 터트렸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차값이 오히려 몇 십 만원 상승했기 때문이다.

유로화 가치가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유로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유럽산 차값은 요지부동이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원·유로 환율은 최근 1유로에 1천200원대가 무너지는 등 1년 새 20% 가까이 떨어졌으나 국내 수입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의 공식 가격은 작년과 별반 다름이 없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개별소비세 인하로 올들어 배기량 2천㏄ 초과 차량에 대해서는 차값을 100만∼200만원 내렸으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2천㏄ 미만의 차에 대해서는 부분 변경 모델이나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일부 인기 차종의 차값을 오히려 소폭 올렸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등 나머지 독일 업체 역시 본사의 방침이라며 연초 차값을 최대 2%가량 일괄 인상한 뒤 환율 변동폭을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시차를 두고 가격에 환율 인하분이 반영되기 마련인 다른 소비재들과 달리 자동차 가격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자 소비자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J씨는 "하다못해 몇 천 원짜리 과자조차 환율이 내려가면 원재료인 밀가루 수입가 하락폭을 감안해 가격이 내린다"며 "지금과 같은 환율 변동폭이 큰 상황에서 자동차와 같은 고가 상품의 가격이 변화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에 대해 "차값은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환율 변동에 따라 즉각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면 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된다"며 "구조적으로 환율을 차값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환율을 비롯해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중장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결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단순히 환율만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BMW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출시 가격은 각 나라 시장 상황에 맞춰 정하는 것이지 환율로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다"며 "환율에 따라 차값이 왔다갔다 하면 시장 자체가 무너지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게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역으로 원·유로 환율이 급격하게 오른다고 해도 환율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즉각 반영할 수는 없다. 이에 따른 손실은 수입사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라며 "이처럼 환율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각 사별로 3∼5년을 내다보고 환헤징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을 수입하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측은 "본사와의 결제 수단이 원화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생기더라도 다음 가격 책정 전까지는 환율과 상관없이 일정한 가격으로 거래를 함으로써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유로가 결제 수단이던 금융위기 당시엔 수입사들이 큰 손실을 떠안았기 때문에 그 이후로 결제 수단을 현지 통화로 바꿔 환율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본사가 떠앉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체의 이런 해명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국산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유로 환율이 내려가면 유럽산 차값이 싸져야 정상인데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독일 업체들은 유로 가치 하락으로 말미암은 엄청난 이득을 보면서 차값을 직접적으로 내리는 대신 딜러 인센티브, 연구개발(R&D)비로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독일 자동차업체는 유로화 가치 하락이라는 날개를 달고 올해 국내에서 딜러 인센티브를 늘리고 할인 판촉을 확대하는 등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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