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우동 삼호가든(우동1구역)’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DL이앤씨와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가며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대의원 회의에서 ‘DL이앤씨 시공사 선정 취소’ 안건이 통과(찬성 66표, 반대 42표 )되면서다. 표면적 이유는 공사비 증액 갈등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DL이앤씨가 제출한 7차안 제안서가 조합을 과도하게 불리한 구조로 몰아넣었다” 는 점이 본질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조합 협의권 사실상 삭제”…표준계약서 취지와 정면 충돌
EBN 취재로 확인된 7차안 제안서에는 공사비 증액·산출내역·증빙 제출과 관련된 핵심 조항들이 대폭 변경되거나 삭제돼 있었다. 문제는 그 방향이 모두 시공사에 유리하고 조합의 검증·통제 기능을 약화시키는 형태였다는 점이다.
핵심 논란 조항은 다음과 같다.
•공사비 검증 요청 시 산출내역서 제출 의무 삭제
•산출내역서 대가기준의 계약문서 효력 삭제
•공사비 산정 기준일을 시공사가 임의로 변경 가능
•증빙서류 미첨부 시 ‘계약금액 조정 청구’ 반송 권한 제거
•공사비 조정 내역서 첨부 의무 삭제
•공사기간 및 철거기간 공란
•‘조합 협의일’이 아닌 ‘DL이 통지한 날’로 실착공 기준 변경

이는 지난해 국토부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제정하며 강조한▲투명성 확보 ▲산출내역서 첨부 의무 ▲물가지수 조정 기준명확화등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들이다.
조합 관계자는 “7차안은 조합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계약 구조 자체가 뒤집힌 제안’ 이었다”며 “이대로 계약할 경우 향후 공사비 증액 문제에서 조합은 어떤 방어도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 법조계 “시공사에 과도한 권한 몰아준 부당한 계약안”
김성수 법률사무소 GY광야 대표 변호사는 DL이앤씨의 7차안이 법적·제도적 취지에 어긋난다고 단언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DL이앤씨의 7차안은 공사비 증액 관련 핵심 권한을 시공사에게 과도하게 몰아준 구조다.표준계약서 제정 취지를 훼손하고 조합의 협상·검증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매우 부당한 조치로 보인다.”
또한 가계약 해지 시 조합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대법원 2011다41659 판례상 인정되는 부분이지만, 이를 근거로 조합을 압박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재건축 사업, 다시 원점…“갈등 장기화 불가피”
대의원회의 의결로 DL이앤씨는 사실상 교체 절차를 앞두고 있다. 내달 28일 총회에서 최종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나, 조합 내부에서는 이미 “DL이앤씨와의 관계 회복은 불가능하다” 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정비사업 표준계약서 제정 이후 첫 대형 갈등 사례가 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향후 여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도 시공사–조합 간 계약구조를 둘러싼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